[블루레이] 오토리모노가타리: 나데코 메두사(하) (BD+CD)
신보 아키유키 감독, 아라라기 카렌 외 목소리 / 이오스엔터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자기 자신은 귀엽고 소중해, 누구나가.

 

몇몇 페친이 이 글을 보면 전투 태세를 취할지도 모르지만 결국 그들이 내 생각을 어쩌지는 못한다. 나는 센고쿠 나데코의 모습을 보고 상상임신을 떠올렸다. 물론, 자웅동체가 아닌 이상 아기를 만들수는 없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여성의 몸이 아기를 밴 것처럼 반응을 보인다. 배가 불룩해지기도 하고, 살집이 오르기도 하며, 모유가 정말로 나오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도 의심할 나위없이 임신 초중기 정도로 착각할 만하다. 하지만 그들은 결실을 얻을 수 없다. 즉, 대상인 남성과 아이를 데리고 같이 사는 행복한 결말을 만들 수는 없다. 모든 건 그녀의 상상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센고쿠 나데코의 무지에 한탄한다. 그녀가 비뚤어졌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무엇보다 아라라기를 죽이려고 결심한 건 큰 진보이다. (응?) 하지만 아라라기가 그녀를 사랑하게 해 달라는 처음의 소원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아니, 일부러 모른 척한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의 무정자증이던 여자의 '돌 같은 자궁'이던 남자가 아이를 원치 않던, 아무튼 절대 아이를 가질 수 없는 환경에 센고쿠 나데코는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도망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그녀만의 세계에서 그녀는 신이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의 신화에서 나오는 신은 안타깝게도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다.

 종교에 관련한 글을 쓰는 김에 내가 믿는 천주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다. 선악과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아니다. 단지 '자기 자신의 기준에 따라 기억을 조작하고 이야기를 꾸며내는 능력'일 뿐이다. 단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기에 그녀가 선악과를 먹었을 뿐. 그것은 단지 하나의 이야기일 뿐이다. 신은 절망에 빠지고 그녀는 에덴에서 추방되었지만, 그것 자체가 나쁜 일은 아니다. 이브가 뱀의 꼬임에 선악과를 먹지 않았다면 지식을 모으려는 욕구와 문학이 전부 사장되었을 것이다. 센고쿠 나데코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정작 나데코를 미워하는 출산에 실패한 돌계집 센고쿠 나데코는 일생을 혼자 살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나를 사랑해주겠느냐고 매일매일 연인에게 매달리면 그 연인은 질려서 떠나게 되어 있다. 그 질문엔 "이렇게 귀여운" 나를 버리면 죽여버릴 거야, 라는 뜻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은 증오와 비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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