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연상호 감독, 류승룡 외 목소리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집? 나도 집에 가고 싶어. 근데 나는 집이 없어.

 

생뚱맞지만 피씨방 알바할 때 소화기 점검해야 한다고 찾아와서는 소화기 도둑질해간 사기꾼이 생각났다. 사장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니 자신에게 전화를 바꿔줘야 했던 거 아니냐면서 열을 북북 내더니 여대생이니까 봐준다고 하셨다. 마치 만일 내가 아줌마였다면 보상금 물어야 했을 거란 말투였다.

 

 일단 누가 '할로 아임 ~.'라고 하면 목소리부터 듣고 관등성명 제대로 따지자. 일단 애비라고 하는 인간이 자식새끼 상태 확인하러 대타로 누굴 보낸다고 하면 그 애비가 1순위로 범인이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실제 살아본 바로는 친아빠던 새아빠던 똑같이 어메이징한 일들을 저지를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맘충으로 불리고 아빠는 대디충으로 불리지 않는 이유를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요즘은 여성들이 일을 하는 데다 '아빠 어디가' 등의 프로그램 때문에 남성들이 육아를 맡는 게 어느 정도 일반화되어 있다지만, 비상시엔 어떻게 돌변할지 아무도 모르는 게 남자이다. 우연의 일치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찌질하던 찌질하지 않던) 맘씨 좋은 인간과 끝까지 돈 따지는 인간이 반반으로 갈리는 듯하다. 이 영화는 좀비 영화이지만, 좀비는 그저 환경재해일 뿐이다. 가장 무서운 존재는 남성이다. 그러나 선의를 베푸는 인물들도 있다. 그러나 그가 언제까지 당신에게 선의를 베풀 거라 장담하지 말아라. 그 애니에서 끝까지 여자 주인공을 도와줬던 갓노인도 마지막에는 여자애를 버렸다. 항상 스토킹 등을 당하는 여자아이들이 나에게 대책을 물어보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알아서 살아남는 수밖에 없다. 가족도 믿지 마라. 상황에 따라 그 때 그 때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예상외로 서울역은 부산역과 아무런 접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꼰대가 빨간악마 티셔츠를 입고 나라를 위해 일했는데 자신을 빨갱이 식으로 취급한다고 절규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걸 보면 이 연상호 감독이 또 특유의 장난을 치는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 그는 많은 사람들이 부산행 보고 필승 코리아를 외치다가 서울역을 보고 걸려들기를 삐딱한 웃음을 걸치며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상당한 악의가 느껴지지만 나는 그의 악바리 넘치는 영화가 마음에 든다. 그의 다음 작품도 이렇게 파이팅 넘치길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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