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멋지구만.
너, 여동생이 아니었으면 반했을거야.

이 정도쯤 되면 아라라기의 피카츄는 시노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림자 안에 서식하면서
집안의 난리까지 해결해준다니, 호위무사라도 되는 거냐. 무튼 극동의 요괴던 뭐든 간에 시노부랑 싸우게 해놓고 자신은 전투 의욕이 없어서
단발머리의 강한 누님에게 실컷 두들겨 맞는다니... 젠장 이 얼마나 부러운 놈이냐. (?)
여동생을 둔 남자애들이 여동생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그 푸념을 쭉 들었던 나도 저절로 내 남동생이 여동생이 아니길 잘됐다고 생각하긴
했었다. 그치만 나도 남동생이 내 핏줄이 아니었으면(거기다 더 연상이었으면) 반했을 거라 생각하는데 어쩐지 그걸 이야기하면 다른 동생이 있는
사람들에게 격한 공격을 받는다. 동생 또한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 더 기겁을 하더라.
나이가 들수록 가족의
형태라던가 관계란 정말 다양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남의 가족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하던 놈이 있었는데, 그 말도
옳다. 최소한 타인 중 가장 사랑하는 가족관계에게 빚은 지게 하는 게 아니라는 놈도 있었는데, 그 말도 옳다. 결국 가족관계는 계속 진화할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거의 모든 문화가 위에서부터 생겨나 아래로 내려온다. 그러나 가족문화만큼은 아래에서부터 위로 발전하는 게 보통이다.
결국 사람은 받아들이면서 받아들여주길 원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직장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모임에서도 로봇같다는 소리를 듣는 나에게도
가족은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