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무라: 잊은 채로 살고 싶었어. 지금까지 내 자신이 대체 얼만큼 사람들의 마음을 짓밟았는지에 대해서...... 

 

 

박은지 노동당 부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다.

얼씨구나 하고 좌파 운동권의 피해의식(싸가지 없는 진보)과

자학정신(동료를 잃은 한국 좌파에게 바치는 쓴소리)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뭐, 당신들이 먹고 살려고 그런 글을 쓰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그동안 '동네북 좌파'가 그동안 얼마나 피해를 입어왔는지 사람들은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도 성추행 당한 게 몇 번 있지만 대의를 위해 참아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왜, 당신들은 날 짓밟았는데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는 당신들 마음 한두번 좀 밟으면 안 돼?

호무라를 포함한 모든 애니메이션의 마법소녀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를 욕할 거면 애초에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 요술공주 밍키부터 욕했어야지.

 

 페북의 어떤 분이 이런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이황의 일화처럼 보통 두 명 얘기 중에 네 말도 맞구나 또 네 말도 맞구나 맞장구만 쳐주다 보면 두 명 중 팔뚝이 굵은 놈이 이기는 법으로 흘러가게 된다. 모든 것에 관대한 것도 굳이 신경줄 끊길 일 없는 계급의 특권이다.'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겁탈 비슷한 걸 당한 뒤(심지어 정말로 '겁탈'을 당했는지의 여부도 모호하게 처리된다.) 수녀가 임신을 했는데,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죽는 마지막 날까지 자신은 동정녀 마리아의 현신이며 자신은 신을 낳고 있는 것이라 주장한다. 당시엔 '그래 자신의 애는 누구에게나 신으로 보이지'라고 중얼거렸었지만, 그런 믿음이 있다. 결국 '발가락이 닮았다' 처럼 모든 믿음은 하나의 세계를 담는다. 그리고 그 세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그 세계나 자신 중 하나가 부서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중잣대를 부수는 게 '신이 된 인간'이다. 세계vs나vs마도카.

 

 소통은 너(상대방)를 아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상대방을 자기 식대로 이해하고 해석한다고 공감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소통과 공감은 오히려 나 자신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번역의 세계를 한번 접한다면 유키노시타 유키노의 '출처는 나야'라는 말이 아직 철없는 고등학생의 말임을 실감하게 된다. 내가 창작해낸 말이야! (뿌듯)라고 한들 이미 전세계 온 역사를 통틀어보면 이미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 그것은 사실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자아낸다. 짜증과 호기심.

 

 내가 아는 자학의 시작은 행자, 수햏, 아햏에서부터다. 그 용어가 디씨에서 출발한 듯한데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잉여킹, 안생겨요, 현시창 등으로 진화하여 언어가 폭발하듯 늘더니 결국 헬조선으로까지 나아갔다. 아마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는 '현시창' 정도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하다. 현실은 시궁창, 즉 세상이 아무리 화려하고 희망찬 듯이 표현해도 니가 할 수 있는 건 똥싸기밖엔 없다라는 정도의 뜻을 담은 이 단어는 반드시 등장인물에 고도같은 존재의 희망이 있어야 한다. 희망이 담긴 세계라는 전자가 있다. 그 세계는 녹음이 울창한 숲,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과도 같다. 그러나 문명 이후엔 사막이라는 말이 있듯, 그런 세계도 분명 있을 것이다.

 

 미키 사야카는 같이 행복해질 줄 모르는 호무라를 책망한다. 하지만 호무라는 그녀를 비웃는다. 육체가 살아야 같이 행복해지는 거 아냐?라고. 확실히 정신이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운 건 육체가 죽어서 다시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한 번 얻은 자는 그마저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보수는 우리에게 어떤 기득권을 잃어버리고서도 살 수 있는지를 정말 끊임없이 끈질기게 질문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두려움과 매혹을 가져다 준다.

 

 Axt라는 잡지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토도로프는 '환상'을 정의하기 위해서 '경이(marvellous)'와 '괴이(uncanny)'를 구별한다. '경이'는 객관적인 세계의 법칙이 단절되는 사건이고, '괴이'는 이상하고, 초현실적이지만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을 말한다. '환상'은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아니다. 그것은 끝없는 미결정, 망설임을 특징으로 한다."

 

 아마 다음 속죄의 이야기에서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내용이 단지 괴기스러운 이야기 뿐일지, 아님 환상에 대한 이야기일지 결정될 것이다. 반역의 이야기밖에 보지 않은 지금의 우리로선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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