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 서(序) 1.01 SE + O.S.T
안노 히데아키 외 감독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신지: 자기한테 아무것도 없다느니...그런 말 하지마.. 너의 '안녕' 이라는 말도 너무 슬프게 들려... 흑...흑흑..

레이: 왜 우는거야

 

1995년 방영되었을 당시의 카츠라기 미사토. 

 

 

에반게리온 서 때의 카츠라기 미사토.

이전 그림체가 더 좋았다느니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무리 작붕이 있어도 저 1995년보다는 낫다.

사실 신지에서 캐릭터가 훈남으로 변신해버린 게 있다만

누님 캐릭터를 좋아하므로 여기선 넘어가기로 하겠다(...)

직접 보시길 바란다.

 

에반게리온 서가 그런지 아님 파도 Q도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달리 설명이 많다고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니 만일 에반게리온 TV판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참에 다 보고 오시길 바란다. 그 에반게리온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 극장판을 보면 약간 루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저 명대사가 나온 파란색 다이아몬드형 사도 퇴치 건에서도, 일본의 모든 전기를 모아서 발사하는 야시마 작전 리메이크판을 쓰기 때문에 다소 전개가 느리다.

 생각해보면 에반게리온에서 전투로봇을 갖고 싸우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박력이 있었던 장면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참에 파란색 다이아몬드형 사도 퇴치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학교에서 자신을 때리는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결사적으로 싸워야 하는 장면도 있고 아예 신지가 에반게리온을 타는 처음 장면으로 돌아가보면 다짜고짜 신지를 끌고 가서 에바에 태우기도 한다. 그러니까 TV판에서는 이런 전투의 황당함과 루즈함을 중화시키기 위해 신지의 학교 친구들의 대화라던가 주변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좀 더 상세히 보여준 것이었는데, 영화판에서는 그것이 다 잘려나갔다. 그래서 TV판에서 신지의 문제점에 대해서 한바탕 지적을 하다가, 약간 그의 고충을 이해하기도 하던 그 모든 과정들이 삭제된 셈이다. 

 그렇지만 또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은 신지의 그동안의 상황이 얼마나 가혹했는지에 대한 재해석도 된다. 그리고 그것은 반대로 미사토가 책임감이 없는 무개념의 여자는 아니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 신지를 이해하려 최선을 다했다. 처음엔 약간 막 다룬 점은 있었지만, 전쟁시 군인이 명령을 거부하면 죽이는 경우도 역사엔 많았다. 아마도 그 때 튀어나온 건 전투에 임하면서 굳어진 그녀의 남성적인 면이 아닐까 싶다.

 

 

 

신지가 자신의 집에 오니까 기념으로 파티를 한다고 개판인 집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애완펭귄 펜펜에 놀라서 알몸으로 튀어나온 신지를 태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지나치게 태연스럽게 행동해버렸네. 연기인 거 눈치채 버렸으려나?'

라고 혼잣말하는 데서도 그렇듯이

그녀는 또 그녀 나름대로 많은 무리를 했다.

 

 미사토가 신지를 데리고 산다고 하자 미사토가 '그래도 남자랑 동거한 적은 있으니 괜찮겠네?' 식의 말을 할 때도 그녀의 대답은 애매하지 않았다. 애초 연인도 아닌 관계인데 아이도 아니고 사춘기가 한창인 남자아이 한 명을 데리고 사는 게 오죽이나 힘들까. 게다가 그 남자가 아파한다면,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여자의 숙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여자 둘이 나누는 고슴도치 딜레마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새삼 아득하기만 하다. 딱히 레이가 아니라도 우리는 눈앞에서 우는 사람을 어떻게 달래줄지 모른다. 그저 웃음 하나, 맥주캔 하나로 풀어가기엔 세상은 꼬여있고 인간은 한없이 막막하기만 하다. 여러가지로 착잡한 마음을 가슴에 품고 에반게리온은 서에서 파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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