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아이 - 한국어 더빙 수록
호소다 마모루 감독, 야쿠쇼 코지 외 목소리 / 버즈픽쳐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자네의 눈빛엔 한 점 망설임도 없군."

 

 

모비딕을 읽는 큐타.

 

 1. 내 마음 속에서 분명 타인의 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의 일이다. 그 때부터도 심리학에 대해서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정신병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머니는 정신상담 이력이 호적에 적히는 줄만 알아(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낙인에 대해서 나에게 설명해 주려는 게 아니었나 싶다.) 나를 미친 사람(...) 취급하면서도 한번도 심리검사를 받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소리도 흐릿해지고 있지만, 나는 정신상담을 받지 않길 잘했다고 나름 스스로 생각한다. 만약 정신상담을 받았더라면 더 이상 그 타인이 소리를 들려주지 않거나, 혹은 내가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것이 내 마음 속의 검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신이라고...

 

 

 

스승과 제자 사이의 우정으로 얼버무리지만 실상은 공동생활가족에 대한 이야기.

 

 2. 부모는 언제나 아이의 무언가가 되려고 생각한다. 욕심이 많은 인간은 아예 신이 되려고 생각한다. 이는 큐타같이 '내 뱃속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결혼하지 않은 방탕한 상태에서 낳은 아이같은' 까다로운 아이를 기를 때 자연스럽게 드는 부모의 생각이다. 특히 부모의 성격이 거칠면 거칠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는 큐타를 도와주려 할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바치려 했다. 아이가 아프다면 자신 하나를 갈아서 송두리째 아이에게 먹이고 싶어하는 것. 그것이 제대로 된 부모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부모나 다 그러하길 바란다. 그렇지만 그렇지 못한 부모가 많다. 이는 부모의 마음으로 가장 중요한 기본이 되는 게 사랑이지만, 사랑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부모는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한다는 건, 아이를 위해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목숨 전부를 바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나는 절대 공동생활가족에 반대하지 않는다. 핏줄이 섞인 가족이란 것들이 얼마나 치사한 짓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중 정말 나쁜 놈들은 가족들의 약점을 정확히 찔러서 파멸시키기까지 한다. 그러나 최소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같이 동거하면서 살려면 모든 상황에 대한 각오가 있어야 한다. 즉, 목숨을 바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큐타나 쿠마테츠도 자신들이 그런 인물이 될거라 믿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3. 물론 큐타나 쿠마테츠도 자신들이 그런 인물이 될거라 믿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무엇보다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나는 사람은 결코 신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 명확히 잘 알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공동생활가족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누구나 결혼해서 가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고... 인간인 큐타가 언제까지나 요괴들의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순 없다는 뜻이다. 뭐든지 빠져나갈 타이밍이 있으니 그걸 큐타처럼 잘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론 그냥 1인 가정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가슴 속 검은 예전부터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검을 받아들여 내 마음 속의 구멍을 메우는 법은 몰랐다. 사람은 누구나 외롭게 싸우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 자신 하나도 간수하기 급급한데 가슴 속 검에 대해서 어떻게 가르쳐줄 수 있겠는가. 가슴 속 검은 결국 남이 아니라 나에게 꽃히기 위해 있는 검이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잘못 오해하고 있는 이 사실을, 이 영화는 너무나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큐타같은 아이였다.

 내 부모님이 진짜 날 길렀는지 끊임없이 의심스러워하는. 마치 괴물의 아이같은. 하지만 괴물은 아닌.

 괴물이라는 '신'이 날 길렀다.

 아무리 수많은 사람들이 신이 없다고 한들, 그리고 나의 신이 그들의 입방아에 무참히 찧인들, 상관없다. 나 하나만은 그를 응원할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