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파노라마섬 기담
지은이 - 에도가와 란포 / 역자 - B급번역클럽 / 에피루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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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가미: 죄가 많습니다. 저도 사람들도...

나카무라: 누가 나쁘단 게 아냐.

다같이 적당히 노력해 나가자고.

 

나만 김전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일단 큰 줄거리는 에도가와 란포의 괴인 이십면상을 토대로 해서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다른 기상천외한 살인사건도 드문드문 등장하고 있지만, 추리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드무니 일단 스릴러로 생각하고 미스테리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바란다. 아케치와 그 친구의 중학생 때 계획을 참고로 했으며, 11화에서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중간에 아케치가 탐정으로 나서 그것을 저지함으로서 가로막힐 뻔했지만 반전을 바탕으로 계획이 다시 진행된다는 데선 약간 묵시록을 닮았지만, '하느님이 계획을 가지고 이 세상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어떤 피조물도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데에선 전반적인 그리스도교 초반의 이론을 닮았다. 그렇게 되면 아케치 친구가 예수님에 비유된다는 단점이 있나? 그러나 이십면상들이 폭도로 변해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단죄하기 시작했다는 데선 그리스도보단 적그리스도로 비유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든다.

 

 

아케치의 친구관계(...) 

 

 아케치는 1화에서의 사고를 바탕으로 코바야시와 하시바를 만나고, 그들의 사랑에 가까운(...) 우정을 지켜본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인정했는지도 모르겠다. '암흑성' 운운하면서 중2포스를 막 뿌려대는 친구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은 그의 계획이 잘못되었다는 식의 꾸중이 아니라는 것을. 하시바도 괴인 이십면상에 빠져있는 코바야시에게 순간 훈계를 늘어놓을 뻔했지만, 마지막엔 일단 자신의 목숨을 희생할 각오를 하면서까지 확실하게 친구를 구해낸다. 가족마저도 사랑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어떤 사람을 진정으로 좋아하기 위해선, 그의 장점에 대한 인정보단 그의 싫은 점도 감싸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그를 지켜보다 그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구해주며 '네가 나쁜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케치의 친구는 아케치를 기득권 보수파로 몰아붙여 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려 했으며, 아케치는 계속해서 친구의 이론이 잘못되었다 주장했을 뿐 '네가 세상을 떠나면 나는 외롭다'라고 주장하지 못했다. 이는 그도 그의 친구처럼 그닥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이런 타입은 어딘가 허술한 친구를 챙겨주는 데엔 유용하지만, 삶이 고된 사람에게 위로를 주지는 못한다.


 유아교육에서 보면 아이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네가 이렇게 하면 엄마(혹은 아빠)는 너무 속상해."라고 부모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여 교육을 시키라고 한다. 중고등학생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네가 잘못한 게 아냐."라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아케치가 잘못했다는 건 아니다. 네트워크가 발달한 사회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게 하고, 되려 국가라던가 좀 더 크고 근본적인 차원에 신경을 쓰이게 한다. 그걸 오지랖이라 하진 않겠다. 하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상에 부딪칠 확률이 높아지며, 진보에서 크고 작은 단점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사람들의 멘탈이 부서지고 폭도로 변하기가 매우 쉬워진다. 우리나라에 당장 닥친 대표적인 현상으로 일베와 메갈리아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난 진보 쪽 운동권이라던가 환경 활동가 쪽에서 친구를 사귀고 종교를 믿음으로서 내 자신의 올바른 길을 나름대로 만들어나가고 있지만, 일단 청소년기에 학교를 빠져나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고 성인이라 하더라도 네트워크에 고립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각자 온갖 중독과 유혹에 빠지지 않고, 질투와 복수심에서 벗어나 괴인 이십면상이 되지 않는 게 큰 과제라 생각된다.

 

 

여기서 로리콘들을 위한 짤방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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