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목소리 - [할인행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 /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노보루군. 우리들은 굉장히 굉장히 멀리 또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하지만 마음만은 시간과 거리를 초훨할 수 있을지 몰라.

1. 상당히 오랫동안 떠안고 온 고민들이 있었다. 고등학교 후반기 때 약간 큰 사건이 있었지만 적어도 그 일은 자업자득이었고, 나머지는 인간관계가 개선이 안 된다거나 정체성 문제라거나 대학교를 가서 공부를 할지 사회로 나가 돈을 벌지에 관한 시덥잖은 고민이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가고 정말 나와 같은 종인 인간이 지은 건지 의심이 가는 영미시들을 접하고, 나보다 더 심각한 개인사정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들에 참석하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다. '내 고민같은 건 세상 속에선 정말 사소하고 아무렇지 않구나.'라고. 그 땐 솔직히 다소 실망의 감정도 섞여있었다. 쳇, 내 삶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잖아. 그러다보니 동화나 시 한편이라도 써보겠다는 작은 꿈도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튼 이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우주와 지구만큼의 거리로 멀어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슬플까 생각하게 된다. 숙연해진다.

 

 

2. 내가 세카이계 애니메이션을 작화 상관없이 좋아하게 된 건 '내 고민은 사소하다.'라는 생각이 '아니다. 각자가 느끼는 감정과 품고 있는 마음의 무게를 재면 각자의 고민은 결코 가볍지 않다'라고 바뀔 무렵인 듯하다. 전쟁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숭고한 마음 하에서 시작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도 결코 가볍지 않다. 미카코는 단순히 일과 연애 사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데 말이다. 역시 신카이 마코토 감독 맘에 안 들어... 결말이 왜 그러냐고. 미카코 어떻게 된거니 ㅠㅠ 왜 신문에서 살아 돌아올 것 같다는 떡밥을 던져놓고 그 장면에선 박살을 내는 거니 ㅠㅠ 떡밥을 던지질 말던가 아니면 그런 장면을 내보내지 말던가 하... 다시 마음이 찝찝해진다.

 

 

3. 이 애니가 정말 좋았던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미카코가 자신 혼자서 중대한 일을 떠맡았다고 해서 투정부리거나 노보루와의 거리가 멀다고 자포자기하지 않고 나름대로 열심히 좋아한다는 싸인을 보냈다는 점, 두번째로는 노보루의 결심을 절대 가볍게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전개라면 나중에 노보루가 미카코랑 잘 되던 안 되던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번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지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노보루는 혼자서라도 올바르게 성장해서, 15살의 미카코가 '그렇게 되어 있겠지' 상상하고 있을 그런 24살의 인간이 되야겠다고 다짐했던 게 아닐까... 하고 풀어서 써본다. 

 

 

4. 생각해보면 신카이 마코토는 정말 비오고 눈오는 날씨를 좋아하지 않나 싶다. 나처럼. 예전에는 비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눈을 좋아하거나 했는데, 지금은 비도 눈도 다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사는 여기는 정말로 비가 안 온다. 그래서 그런지 벚꽃이 피었는데도 기운이 없다. 다른 지방들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여기의 날씨는 따지고보면 수도권과 그리 멀지 않은데도, 많이 다르다. 내가 사는 시대가 그래도 여행을 쉽게 할 수 있고 카톡이나 SNS 등으로 텍스트를 빨리 보낼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쉽게 폭발하는 성격인데다 참을성이 모자란 나로서는 미카코처럼 비오는 창가를 바라보며 조용히 절망할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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