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보정판 (2disc) - DTS-ES
미야자키 하야오 (Hayao Miyazaki) 감독 / 대원DVD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용들은 다 착하고 어리석어.

1. 크으 초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상당한 색기를 방출하는 우리 초등학생은 최고야! 주인공 센 또는 치히로. 머리 묶는 포즈마저도 아름다워서 잠시 푹 빠져있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요괴들이 짜서 준 그 반짝이는 보라색 머리끈마저 아름다워 보였다. 만약 머리칼을 좀 더 길게 자라게 해서 묶었더라면 구해서 샀을만한 물건이랄까. 일단 단발머리이고 머리칼 묶는 건 정말 싫어하지만. 아무튼 그림체가 미야자키 하야오 그림체라서 그렇지 모두들 금방 이 소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일하는 곳이 극한직업 중 하나인 찜질방 아니 온천이라서 소녀의 가냘픈 손목과 발목이 더욱더 강조된달까. (일부러 클로즈업하는 거 같기도 하다.) 맨 처음 요괴의 소굴로 올 때 충격을 받아서 어깨를 떨며 훌쩍거리는 장면은 또 어떻고. 보일러실에서 어떻게든 일해보겠다고 석탄 하나를 들고 낑낑대는 장면에서는 그 영화를 보는 누구나 보호본능이 샘솟을 것이다. 아무튼 여기선 남자 주인공 하쿠는 솔직히 아무래도 좋았고(...) 센 또는 치히로 하나로 이 영화를 봤다고 보면 된다. 

 

 

2. 솔직히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센 또는 치히로만한 나이에 저런 일을 한 사람은 거의 없을테고 (엄마 심부름이라면 모를까.)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들 대부분은 고등학생 또는 20대 때 아르바이트하던 때를 기억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센 또는 치히로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든 여성 캐릭터 중 상당히 평범한(?) 여자아이이기 때문이다. 보통 지브리 스튜디오의 주제는 굉장히 교훈 위주였고, 무엇보다도 환경을 소중히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그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페미니즘에도 상당히 신경을 쓰려 노력했다. 그러나 여성을 무조건 강하게 만든다고 해서 다 페미니즘으로 연관되는 건 아니다. 계속 강한 여성 캐릭터가 반복해서 나오면 작품 세계 자체가 좀 식상해지는 경우도 있고. 아무래도 그런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미야자키 하야오는 평범한 초등학생 치히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는지도 모른다.

 

 

3. 인간 세상엔 마치 주식처럼 상향 그래프도 있고 하향 그래프도 있다. 어머니 아버지는 졸지에 무직 백수 돼지가 되어버리고 (원래 남의 걸 도둑질하면 손모가지 잘릴 수 있습니다.) 집으로 갈 길도 막힌 채, 아직 인사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치히로는 요괴들에게 면박받으며 직업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말 그대로 개고생이다.


 여기서 키포인트 하나. 혹시 인사성 밝지 못한 여직원 동료가 있다면 1초라도 시간내서 커피 하나라도 뽑아주세요. 사회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거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부끄러워서 그러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장상사 하쿠는 분명 친절하게 취직하라고 권유해서 취직했더니 '날 이제부터 하쿠 님이라 불러라'라고 하면서 개무시한다. 그러면서 여자 기숙사 쳐들어가서 몰래 '다리 밑으로 나오라'라고 추근대는 건 뭔데. 돈과 지 애밖에 모르는 회장 할머님은 굳은 일만 잔뜩 시킨다. 몸이 작아서 그녀가 시킨 욕조청소를 하려면 그야말로 온 몸을 사용하여 욕조의 땟국물을 벗기는 수밖에 없다. 영화에서는 다소 코믹하게 묘사하지만 아마 기본적으로 온 몸에 멍이 들지 않았을까. 게다가 가오나시라는 호갱놈은 온천에 침입해서 자신의 것도 아닌 다른 손님이 떨군 금덩이들을 훔쳐서 '내 수청을 들라'고 유혹한다. 후... 10년도 더 전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이 놈이 도대체 왜 저러는지 몰랐는데 지금에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니 기분이 참... 더러웠다.


 어차피 결말은 유명하니 여기서 따로 거론하진 않겠다.

 

 4. 생각지 않게 더빙판을 보게 되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하쿠는 개인적으로 일하는 데서 굉장히 많이 듣는 목소리라서 도저히 하쿠라고 생각될 수 없었지만 (연기력을 발휘할 기회도 별로 없긴 했다.), 센 또는 치히로는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줬다. 알고보니 그 유명한 최덕희 성우라고. 헤... 성우진을 별로 신경쓰지 않는 나마저도 그 호화판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눈은 물론 귀도 호강한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영상미라던가 내용 면에서는 라퓨타보다 덜하단 느낌이 있었지만 (일단 하쿠랑 치히로 이어달라고 ㅠㅠ) 영화관에서 한 번 볼 만한 가치는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