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배틀은 일상계 속에서 1 - Novel Engine
노조미 코타 지음, 정홍식 옮김, 029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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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도 쥬라이는 네명의 미소녀들을 양 어깨에 끼고 고등학교 문예(하렘)부를 꾸려가면서 어떻게든 잘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부실에서 나와라 흑염룡!!을 외쳐대던 중2병 안도가 갑자기 여자의 외모에 눈 떠버리고 네 명의 여자들을 다 차버려가면서 능력있고 공부 잘하는 쿠도 미레이의 뒤를 졸졸 쫓는다. 평소 사이좋게 안도를 사이좋게 나눠가지면서(...) 지내고 있던 네명의 미소녀들은 안도 쥬라이를 다시 되찾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산 속에서 특훈을 거듭하고, 제일 먼저 하산한 소꿉친구 하토코는 벼르고 벼르던 발톱을 세운다. 안도 쥬라이에게 얀데레 속성을 보이며 다시 문예(하렘)부로 돌아오라 협박한 것이다. 이를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쿠도 미레이는 하토코에게 결투를 신청하는데...

 

 이런 줄거리일리가 있나. 이능배틀이라는 제목에 낚이지 말라. 그냥 평범한 일상물이다. 원작인 라노벨에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7권까지는 별다른 큰일 없이 진행된다고 한다. 참고로 애니에서는 연애물 성격이 강했는데, 원작에서는 또 그런 포인트는 약하다고 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2. 난 이 애니를 보면서 안도 쥬라이가 어떤 인물인가에 주목했었더랬다. 속칭 고자속성이라고 하던가? 이 녀석은 개성 통통 튀는 4명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심지어 중간엔 슬슬 여자애들 4명에게 동시에 발동이 들어오는데도) 거의 동요하지 않는다. 분명 4명 모두에게 친절한 반응을 보이는데, 사실상 그 이상의 반응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칸자키 토모요랑 잘 어울려 다니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왠지 친구로서 논다는 느낌이 강하고... 이 때문에 여자들이 애를 끓지만, 막판에는 거의 포기하고 안도에게 맞추는 편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이 녀석이 이 여자 저 여자에게 맘도 없이 찝적거리는 나쁜 남자 스타일은 아니다. 그저 자신이 더 많이 희생하고, 더 많이 맞춰주는 편이다. 다소 공상적인 면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때 인간관계에 곤란을 겪은 듯한 암시가 나오지만, 단지 그 뿐이고 과거의 내용은 더 진행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현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달까. 과거에 이렇고 저렇고 해서 이젠 지쳤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징징거리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증진되는 훗날을 위해 지금의 인간관계에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서도 끝까지 중2병으로서의 자신을 잃지 않는 면모. 한창 벗어나긴 중이지만 아직도 과거에 약간 매여서 뒤를 많이 돌아보는 나로서는, 참으로 경탄스런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을 보는 사람들 대부분이 안도 쥬라이를 이상하게 보겠지만, 난 이런 이유로 왠지 이 녀석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었다. 

 

3. 하토코의 얀데레 속성 이야기가 나왔으니 그녀가 안도 쥬라이에게 던진 질문에 답할 겸, 시시한 개똥철학 이야기 하나를 하겠다.

 

 사람이 사람을 위한 여행을 할 때 명심할 것.

 평생 그 속을 돌아다녀도 부처님 손바닥처럼 도저히 그 넓이와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사람이 있고,

 우리집 뒷마당같이 좁아서 몇 발자국만 걸어도 금방 끝나는 사람이 있고,

 마음이 너무 좁아서 발 하나도 들여놓을 수 없는 사람이 다양하게 있으니 그 사람의 그릇이 예상보다 넓거나 혹은 좁다고 겁을 먹지 말라.

 인생은 실전이라지만, 내 (풋, 그 알량한) 경험으로 볼 때 '현실'이 전부인 사람이 더 마음이 좁고 갑갑하다.

 기탄잘리라는 책을 보면, 해협에 둥둥 떠있는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 대부분은 논리라는 카드게임에 푹 빠져서 갑판에서 한 사람씩 없어지고 복도에서 이유없는 병으로 사람들이 단체로 뒹굴어도 신경쓰지 않는다.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남은 왜 이런지 카드게임으로 탐구하며 따질 시간에 내 마음을 수련하여 공간을 넓히고 독설을 줄여라. (개인적으로 TCG 중독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정관념은 단호하게 부숴라. 인생은 내가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에게 불행이 닥쳐온다면, 나에게 행운이 닥쳐온다면, 나에게 갑자기 이능이 주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라움에 입이 저절로 딱 벌어지는 비일상이 앞으로도 계속 우리에게 닥쳐오겠지만.)

 

 때로는 어떤 사람을 탐험하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것도 필요하다. 그것을 바치고도 절대로 후회하지 않겠는가? 그럼 과감히 내주어라. 안도 쥬라이는 자신의 두뇌, 이능, 몸, 그 모든 걸 짜내어 친구들을 지킨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희생하겠는가?

 

 참고로 오픈마인드를 위해선 자기계발서보단 소설책이 가장 큰 도움이 된다. 이건 무라카미 하루키 씨도 잡문집에서 동의하신 바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의 세태를 보면 말이다, 뭐랄까, 아무 책이나 잡고 좀 읽어라.

 하물며 잡학지식이라도. 있으면 지역 퀴즈대회에서라도 유리하다고. 

 

 4. 여담으로 이 음반 소장하고 싶은데, 우리 집의 CD플레이어가 최근 고장나서 구입해도 들을 방법이 없다. 노래 실력은 둘째치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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