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반판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기무라 타쿠야 외 목소리 / 대원DVD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마녀:사랑이군, 그렇지? 

소피:흠... 

마녀:최근에 한숨만 쉬고 있군 

소피:(한숨) 

마녀:누굴 좋아하는 거야?  

 

 

1. 이 새끼가 얼마나 주인공 소피를 개고생시키는 나쁜 남자인지는 구글에다가 '하울 나쁜 남자'라고 쳐도 드러남. 황야의 마녀에게 찝쩍거리다가 '아 이 여자는 그거구나, 미져리구나'라고 크게 깨닫고 도망치다가 강제로 소피를 끌어들이질 않나. 덕분에 마녀에게 저주받아 할머니가 된 소피가 자신이 만났던 그 소피라는 걸 알게 되면서도 사과 한 마디 안하고 무시까는 건 둘째치자. 염색 지워지자 울고불고하는 거에서부터 짜증이 급상승한다. 징징대는 애새끼 싫다고. 게다가 자신을 계속 불러대는 왕궁이 무섭다고 소피를 대신 내보내는 건 무슨 심보냐;;; 분명 마왕이 되가는 과정에서 소피의 고백을 개무시한 것도 오로지 소피의 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다가 소피의 마법 약발이 점점 떨어지니까 자연스럽게 사귀는 이 새끼의 뻔뻔함이 너무 싫다. 근데 계속 하울을 스토킹하는 황야의 마녀는 소피한테 이렇게 말한다. "야, 하울 귀엽지 않니?" 어디가?!?!!?!?!?!!?!?!?!?!!?!?!?!??!?!!?!?!?!!?!?!?!!?!?!?!!?!?

 근데 딱 저게 내 남자 취향이다(....) 랄까 귀걸이 빛날 때 나 숨이 막혔어 ㅠㅠ 엄마....

 

 

2. 무튼 소피는 하울과 하늘에서 워킹 좀 했다고 발랑 까진 남자애 한 명과 거대하지만 거미가 득시글한 성과(하울은 정말이지 집정리 못하는 인간의 표본이었다.) 치매끼있는 할머니와 왕궁의 스파이견을 키워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처음에는 한 명이었지만 나중에는 점점 늘어난다. 어찌 보면 중세판 미녀와 야수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소피는 (겉보기에는) 자발적으로 성에 걸어들어간다. 자신은 청소밖에 못한다고 극구 주장하지만 장을 본다거나 애랑 놀아준다거나 하는 일 굉장히 많다. 무엇보다 하이할 땐 급 하이해지고 우울해질 땐 딥다크해지는 하울을 들들 볶아서 집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준다고 할까. 말하자면 소피는 끝없는 인내력과 행동력을 과시하는 타입의 여성인데, 굉장히 본받고 싶은 스킬이다. 소피만큼이나 요리를 못하므로.

 

 

 

 

3. 아무튼 하울의 심장을 공략하는 세 여성이 등장한다. 한 명은 하울의 능력을 자신이 다스리는 국가에 꼭 사용하고 싶어하는(혹은 남종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 같은) 하울의 스승. 또 한 명은 하울의 심장을 공략 아이템으로밖에 생각 안 하는 마녀. 그리고 가정부로 취직하여 아리까리한 말로 하울을 들쑥날쑥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하울을 좋아하는 소피. 사실 이 세 여자 중 누구도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울이 힘을 잃자 여왕이 당장 전쟁을 중단하는 걸 보면, 이 여자는 어떻게 하울이 마왕으로 각성하는지를 보고 싶어서 전쟁을 벌인 것도 같다. 비뚤어진 애정이라고 할까. 그러나 애초에 저렇게 복잡한 공략을 세우면 연애에 둔감한 남자는 이해를 못하고 떠나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애초에 자유분방한 아나키 성격의 남자를 억지로 묶어 무릎꿇게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마녀는 집요하게 달라붙으니 당연히 하울이 피곤하게 느낄만도 하지. 아무튼 하울의 심장이 폭주하여 마녀는 어마 뜨거라 하고 놀라지만 꼭 잡고 놔주질 않는다. 나는 불에 타서 죽고 너는 심장터져 죽자는 기세다. 무셔... 이런 여자한테 걸렸다간 정말 인생에서 동반자살 루트로 갈 수 있으니 남성들은 주의하길 바란다. 얀데레는 현실에선 가급적 만나는 걸 지양하는 게 좋다. 결국 마녀를 위해 하울의 심장에 찬 물을 끼얹는 건 소피이다. '물을 끼얹나...?' 뭐랄까 아무리 남자가 철없어보이고 무례해보여도 난 쓸모없는 전쟁을 싫어하는 올바른 판단력과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감수성이 있으면 괜찮다고 보는 성격이다. 아마 소피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 본다. 다만 여자가 어떻게 남자에게 인내심을 키우도록 부추기고, 어떻게 컨트롤을 잘 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말이지. 그 과제는 썸타는 기간동안 상당히 오랜 시간 고민해야 한다. 그 이야기를 하면 한도끝도 없으니 그냥 평상시의 소피를 잘 지켜보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다. 다만, 남자의 그냥 해본 헛소리와 허세에 너무 진지하게 굴고 상처받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현실에선 소피처럼 대놓고 공개적으로 좋아한다고 말했다간 몸도 마음도 다 뺏기고 나락으로 처박힐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올바른 판단력과 감수성이 포인트이다.


 

 

4. 그리고 할머니도 여성이다. 언제나 노인을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도 좋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늙었다고 비웃지 맙시다. 소피야 워낙 황당한 상황이라 어버버거리면서 아무말 못한 듯하지만 내 앞에선 최소 조인트 까인다.(...)


 여담인데 난 여성의 저렇게 땋은 머리가 좋다. 왜 히로인들은 클라이막스에서 항상 머리카락을 자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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