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낙원추방 : 일반판(렌티큘러)
미즈시마 세이지 감독 / 버즈픽쳐스 / 2017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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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지고 피곤해지고 병에 걸리면 움직이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덧없는 존재인데 당신은 아무렇지 않게 날 대해. 그 자신감은 뭐지? 우리가 버린 육체에 훨씬 가치를 느껴서인가? 뼈로 소리를 느낄 수 있어서인가? 

 
 1. 평가를 하자면, 후반의 액션씬이 상당히 좋다. 그리고 그 액션씬을 위해 스토리를 약간 죽인 것 같다. 그래서 우로부치 겐의 혼돈파괴망가 장면들이 나오지 못한 것. 이름은 거창하지만 스토리를 보면 지구에서 벌어진 약간의 해프닝에 가깝다. 따라서 건담 SEED같이 초호화 액션을 바라는 사람들이라던가, 건담 M08소대처럼 지상의 격렬한 액션씬을 바라는 사람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이다. 게다가 본인은 이전 리뷰에서도 썼듯이 이 영화에서 쓴 카툰렌더링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것도 설마 유포터블처럼 야근의 힘은 아니겠지... 라고 바래보지만 왠지 맞는 것 같다;;; 세계관 설명은 짤막짤막하지만 거대한 로봇과 순간순간 지나가는 장면이 모든 걸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으므로 절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마시라.

 

 

 그러나, 우리는 이 감독의 우수 작품 중 하나가 반드레드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하겠다. 

 

 


 1. 일단 공각기동대의 설정을 많이 따랐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전뇌에서 더 앞서나가서, 이 세계관에서는 사람의 영혼, 즉 퍼스널리티를 육체에서 분리시키는 데 성공했나보다. 그래서 로봇을 한창 발명했던 인간은 진로를 바꾼다. 자신들을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다. 대체 그 많은 사람들을 모아들인 '디바'라는 게 어떤 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건방지게 제우스 신이라거나 가네샤같은 게 납시는 걸 보면 아무래도 과학자들의 전뇌 속 세계로 데려간 게 아닐까 추측된다. 아무튼 그 세계에서 인류는 육체의 구속에서 해방된 채 살아간다. 사람은 죽기 전에 근육의 긴장이 풀리는 걸 의식하며 '해방감'을 맞는다고 하는데, 살아가는 평생 그 해방감을 느낀다니 정말 대단한 낙원임엔 틀림없다. 게다가 주인공 안젤라 발자크의 단편적인 소개로 추측하건데, 이과적 경험은 무한대로 할 수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디스토피아 세계에서나 다 그렇듯 이 세계에서도 한계가 있다. 바로 사람의 메모리를 등급에 따라 제한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능력있는 삼등급 안젤라라도 이등급, 일등급에 비해선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등급이 최고라는 순서가 맞는다면.) 그녀의 밑에 있는 사람들(나같은 문과라던가)은 물론, 그녀보다 더 큰 제한을 느낄 것이다. 사는데 불편감을 느끼진 않겠지만, 대단한 열등감이 느껴지는 건 틀림없을 일이다. 물론 불손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검색해서 아카이브로 구속시켰을 테고. 빨리 공적을 세우고 싶은 욕심치고는 꽤 애를 쓰는 안젤라 발자크를 보건대, 공각기동대처럼 '우파지만 약간의 외도'를 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을 듯하다. 우로부치 겐의 잔인함은 디바 자체에 깃들었다. (그리고 가슴 큰 여자들이 속해있지.)

 

 

 2. 여기에서부터 아마도 이 영화에 대한 공격이 시작될 듯하다.

 

 공각기동대에서는 명백히 '육체'가 아니며 될 수도 없다고 부정하지만, 어쨌던 그녀는 자신의 복제 클론 껍데기를 '육체'라고 부른다. 디바에서 해킹하면서 자꾸 우주선을 소개하며, 잡으려고 하지만 번번히 놓쳐버리는 대상을 만나기 위해 그녀는 육체를 만들어 지구에 잠입한다. 스포일러는 생략하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도 기술을 무한긍정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공각기동대와 비교해서 그런가, 노골적인 대사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의리라던가, 네(안젤라 발자크)가 육체인지 프로그램인지 분간이 안 간다던가. 물론 영화의 상영 시간은 짧으니 핵심 메시지를 넣으려 상당히 노력했음은 알고 있다. 하지만 역시 나같이 좀 나이먹은 사람들이 보기엔 너무... 낯간지럽다.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와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 UBW의 차이라고 해야 하나... 이래서야 역시 나스 기노코의 각본같잖아.

 

 무튼 지구인인 남자 주인공의 대사가 너무나 느끼한데, 이 녀석이 또 비중은 적다. 뭐냐. 잘 키우면 마크로스7의 넥키 바사라가 될 수 있었다고. 대사 중 깅가노 하떼마데에서 마크로스의 개입은 더욱 분명해지는데;;; 아무튼 비중이 없어도 너무 없다. 차라리 러브 스토리가 나와줬으면 하는 스토리는 생전 처음이라고. 초반엔 그래도 듬직한 캐릭터였는데 안젤라 발자크가 너무 강력해서 묻혀버렸다. '분명 지상에 협력자가 있을 거야'라고 적군들이 친절하게 설명해줘도 소용없다고? 그래봤자 해킹범이 떠오르지 남자 주인공이 떠오르진 않아! 근데 남자주인공 이름이 뭐였지?........

 

 뭐 음귀와 비슷한 캐릭터였다고 해둡시다. 

 

  

 3. 그렇다고 연애 떡밥을 안 뿌린 건 아니다. 낙원추방은 신화적 소재로, 특히 미술계에서 많이 쓰였다.

  

 안젤라 발자크가 아카이브에서 탈출해 지구로 내려갈 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낙원에서 추방된 아담과 이브의 기분이 이렇지 않았겠냐고. 이브는 뱀의 꼬임에 빠져 사과를 먹고, 아담에게 사과를 건네준다. 그녀가 아담역을 맡은 자리크(남자 주인공. 엔하위키에서 검색해봤다.)에게 건내준 사과는 아무래도 '시야의 확장'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리크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극히 말을 아끼는 사람이지만, 아무래도 디바에서 파견온 사람들을 보고 디바에 대해 근본적으로 꺼림찍해 하던 듯하다. (하기사 눈앞에서 육체를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사람을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게 정상이 아니지.) 하지만 일단 처음부터 다짜고짜 로봇의 안테나를 부수어버리는 데도 화내지 않고, 진지하게 그의 범인 추적 방법을 따라주는 안젤라를 보면서 서서히 마음이 바뀐 듯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녀는 빨리 하계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으로 인해 16살의 미성숙한 육체를 그대로 썼기 때문에 과로하여 지친 모습도 보이고 병에도 걸린다. 그로 인해 동정심이 어느정도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만큼 쉽게 마음이 끌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아무튼 두 명은 충분히 에덴에서 살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상에서 동반자로 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연애로도...?

 

 

 

 

 4. 반면 프랑스 대혁명의 기질은 안젤라 '발자크'에서 드러난다.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오노레 드 발자크라는 작가가 있다. 노벨문학상도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이 쓴 소설 중 가장 유명한 게 '인간희극'이다. 그 작품에서는 '프랑스 대혁명 직전'에서부터 상세히 프랑스의 역사과정을 서술하는데, 특히 브루주아 자유주의 사상이 어떻게 사회를 장악하는지에 대해서 상당히 집중해서 썼다. 이는 마치 자유주의 사상을 긍정하는 것 같은데, 그의 보수주의적 왕당파 성격을 볼 때 상당히 모순된다. 그의 저서 몇 권 읽고 감히 추측하건데, 그는 유년 시절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한 기억을 평생 간직하고 있고 이는 그의 전 인생에 영향을 끼치게 된 듯하다. 즉 인간의 근본적인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에 사로잡힌 나머지, 그 욕구에서 자유롭게 되길 갈망하게 된 게 아닌지. 이는 어릴 때부터 디바에 세뇌되어 원리원칙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자유분방한 자리크에 끌려 같이 지구를 모험하게 된 안젤라 발자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는 다 알겠지만, 그 스토리가 전혀 연결점이 없고 마구 뿌려지기만 하니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 결합점도 없고. 마치 완결이 났으면서도 완결이 나지 못한 반드레드의 결말같다. 아무리 TV에서 뒷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추구하려는 이상의 통일성은 갖춰져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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