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G 레드 데이터 걸 1 - 최초의 사자, Novel Engine
오기와라 노리코 지음, 이하윤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 이 애니메이션은 원작소설이 있다. 그것도 5권에서 짤려서 최근 나온 6권의 내용은 짤려나갔다고 한다. 그래서 아쉽게도 이즈미코가 미유키를 좋아하는 자신을 자각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클라이막스를 깔끔하게 내려놓았으니 제법 깔끔한 결말이라고 볼 수 있겠다. 직접 소설을 보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원작에 꽤 충실한 편이라고 한다. 

 주제는 자신을 평범한 여자애들처럼 취급해 주길 바라는 이즈미코의 성장과 사랑 이야기이다. 그녀는 히메가미로서 엄청난 신력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 때문에 어머니도 제대로 만날 수 없고 신사에 갖혀 살다시피 한다. 그래서 신사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까지 운전기사가 차로 바래다줘야 한다;;; 다행히 친구들은 제대로 사귀고 있는 모양이지만, 간혹 심기가 뒤틀려진 애들이 그녀를 괴롭히는가 보다. 게다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선 아직 백지상태인지라, 와미야같은 지박령에게 매혹당하는 등 적당히 힘 있는 것들에게 이리저리 시달린다. 

 

 2. 이 녀석이 와미야. 본체는 지박령 까마귀였지만, 이즈미코의 운동(춤)에 종속당하여 그녀를 매혹시켜 신사에 붙잡아두려고 하며 자신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다. 그래도 이즈미코 옆에 남자가 따라다니는 걸 질투하지 않나, 그 이후로도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는 걸 보면 이즈미코를 몰래 짝사랑하는 것 같다. 미유키가 이즈미코에게 '와미야가 인간화한 얼굴이 네 취향 아니냐'라고 했을 때 이즈미코가 반박 못하는 장면이 있다. 그런 걸 봐선 일부러 모습을 인간화한 것도 은근 이즈미코에게 먹히길 바랬던 게 아닌지... 나중엔 미유키랑 친해져(자신은 미유키가 철저히 무능이라 불쌍해서 봐줬다고 주장하지만) 그에게 능력을 빌려주기도 한다.

 아무튼 이즈미코를 사당에서 벗어나 도쿄라는 넓은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해 준 첫번째 계기가 와미야의 해방이다. 이즈미코하고 같이 얼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어쩐지 옛 남친 혹은 학창시절 첫 사랑같은 분위기가 흐르지 않는가? 그 묘한 집착에서 벗어남으로서 이즈미코는 해방의 전환기를 맞는다.

 

3. 그 계기가 된 게 미유키. 

 포즈는 멋있게 보이지만 사실 쥐뿔도 능력이 없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성격 때문에 어릴 적엔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이즈미코를 많이 괴롭혔다. 이즈미코의 말에 의하면 자신의 소심한 성격은 미유키가 원인이라고 함. 그 정도면 심각하지 않나 싶을 정도다;;; 쿨하지만 냉정한 성격이라, 아마 이즈미코가 자신을 변화시키려 결심하고 그것을 행동에 옮기지 않았더라면 경호는 커녕 학교를 같이 다니는 것도 거부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딱 부러지는 성격이라고 할까. 마유라가 약혼자인 척 해줄 것을 부탁하지만 이즈미코를 좋아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해도 될 걸 '아무리 그 방법이 효과적이라 하더라도 거짓은 가까운 사람들을 상처입히니까 안 돼.'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땐 솔직히 감동받음. 

 기본적으로 이즈미코에게 거리를 두고 1화에서 완전히 이미지를 망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인 듯하다. 비상식적일 정도로 이즈미코와 미유키를 차별한다고 할까. 이즈미코를 딸 이상으로 감싸주고 미유키는 방치하거나 혹은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는 등. 이즈미코 앞에서 대놓고 무능하다 까발리고 하찮은 놈 취급하기 때문에 이 셋이 만나면 이즈미코는 골치아프다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소심한 성격이라 만류하질 못한다. 위기 상황에서도 미유키가 '내가 필요하다고 말해. 말하지 않으면 몰라.'라고 끈질기게 말한 이유는 그 셋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이미 그 때는 이즈미코가 소심한 성격을 벗어던지고 분노의 폭발을 막 표출한 이후였으니 그녀가 속내를 털어놓기도 쉬웠을 거라 계산한 게 아닐까. 원작의 얘기지만 이즈미코가 자신을 좋아하는 낌새를 눈치채자마자 고백을 하려 분위기를 잡질 않나 여러모로 무서운 놈이긴 하다;;; 작정만 했으면 타카야나기처럼 여자들 여럿 울리지 않았을까.

 

 4. 이 놈이 타카야나기인데 얼굴은 제로스처럼 생겼으면서 성격은 극도로 비뚤어진 야비한 성격의 인물이다. 겁도 완전 많음;;; 그런데 음양사에 천부적인 기질이 있는지 세계유산을 가리는 학원제에선 모든 학생들에게 주술을 거는 등 제법 선수를 잘 쳤다. 운없게도 그 자리에 히메가미가 있었을 뿐(...) 이 녀석도 히메가미를 장애물이라 인식했는지 강력한 매혹을 써서 학원제가 끝날 때까지 자기네 편으로 잡아두려고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분노를 사게 되었다. 그래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개로 변신하게 되는 수모를 당한다. 악역은 악역인데 좀 많이 모자라다고 할까. 최종보스라 보기엔 살짝 아쉬운 점이 있다. 아마 이 스토리 자체의 유일한 단점이 이 녀석일 것이다. 매혹을 쓰려면 주술을 쓰는 본인도 좀 더 매혹적인 캐릭터였어야 하지 않았나?

 아무튼 오랫만에 매우 풋풋한 러브스토리를 봐서 흡족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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