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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핑 일러스트 - 그림으로 배우는 서핑
존 로비슨 지음, 송창훈 옮김 / 글과바다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선생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민중들도 학생으로 바라보고 계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글과 그림 2017년
7월호를 보다 김훈의 공터에서를 보고 보수층 노인들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데서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그들을 전혀 연민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이 보수층으로서 누릴 호사를 다 누렸기 때문에 지금 세대와 미래 세대는 대부분 가난에 시달릴 것이다. 선생님들(혹은 선생님같이
행동하는 인간들)에게 힘든 일이 있었다고 말을 해 보라. 이들은 "왜 나한테 그런 걸 이야기하죠? 여긴 그런 걸 말할 자리가 아니잖아.
상담해달라는 거야 뭐야?"라는 대답(?)을 할 것이다. 오늘 실제로 교사 직업에 있는 인간에게 그런 소릴 들었다. 상담거리로 생각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선 예수님이 한 좋은 말이 있는데,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그것은 네 말이다."
그러고보면 난 똥영화 똥책들은 참
잘 피하는 비상한 재주가 있는데, 내가 의도하지 않을때도 그렇다. 예를 들어 로맨스 영화를 볼 땐 좀처럼 졸지 않는데 어떤 영화를 볼 땐
졸았었다. 근데 나중에 보니 그 영화 말미에 나온 키스가 강제키스라서 페미들에게 욕먹고 감독의 명성에 스크래치가 갔다나. 김훈 또한 칼의 노래
이후의 작품을 보지 않았고 팟캐스트에 나올 때도 듣다 졸았었는데, 이후의 작품들은 여성에 대한 비하가 엄청나다고 한다. 무튼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먼 잡지일지도 모르겠지만 독자들 부담 안 가게 좀 사회적 논란이 덜한 책을 추천하면 어떨까. 그리고 문법에 안 맞는 이상한 문장들 좀 신경써서
고쳐줬으면...
그러니까 애 낳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애 낳고 맘충소리 듣는 여자들 때문에 문제라고 하는데 노영민이란 사람은 아몰랑
젊은이들 출산 안 하면 난 보수갈거야라는 식이다. 가라. 누가 말린대? 근데 다음 글에서는 콩알 심을 때 남자 구실을 하는 기분이 전신에
퍼진댄다.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보수 가라고. 진짜보수 어르신 검색해보고 그리 살 자신 있으면 해라. 바른보수 바른정당
가든가.
난 되려 젊은이들의 이런 걸 지적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것도 굳이 지적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지만.) 이 잡지
중간쯤에 이런 글이 실려 있었다.
새벽 어느 만큼에 어둠 속에서 숨죽였던 나무와 호반새, 꾀꼬리, 물까치들과 닭과 돌매미와 냇물과 바람과 구름들이 한꺼번에 깨어나 자기 소리를
내는 시간이 되면 나도 으아아 소리 내며 깨어난다.
그런데 '나무와 냇물과 바람과 구름들은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지도 깨지도 않습니다 물론 숨 죽일 수도 없죠'라고 댓글로
지적한(?) 사람이 있었다. 내가 시적 표현이니 그렇게 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하니 'ㅋㅋㅋ 죄송합니다 공돌이라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공돌이는 인간도 아니고 나아가 생명체도 아닌 걸까? 인간의 특성은 다른 것도 자신의 속성처럼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면에 있다.
공돌이는 인간을 넘어 공돌이라는 자신들의 종류를 만드는 듯하다. 고양이와 강아지가 처음 만날 때 싸우는 이유도 서로 자신들과 똑같이 바디랭귀지를
쓸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금방 친해진다. 왜냐하면 마주 보면서 금방 상대의 언어를 알아듣기 때문이다. 공돌이나 이과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다보면, 이들은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문과생들이 못 알아듣는 걸 꽤 자랑스러워 한다. 그 말을 쓰면 사회에서 혜택을 얻기
때문에 악의 없이 하는 행동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게 심해진다면, 이번엔 그들이 문과생(?)들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실제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 각자의 경험은 너무나 다양한데 남들과 대화를 할 기회, 특히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경험을 한 사람과 대면할 기회가 없는 것이다. SNS에서는 보통 얼굴을 보지 못하니 말을 생각없이 막 쓰게 되고, 내
타입이 아니면 바로 내 글을 읽지 못하게 하거나 이 사람 글을 못 보게 교묘히 설정해 놓으면 된다. 지금은 그닥 티가 나지 않지만, 언젠가는
이게 심각한 사회현상으로 번질지 모른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아마도 이는 잘 아는 이웃들끼리 일상에서 서로 맞닥뜨릴 수가 없는 서울 도심에서부터
퍼지리라.
시도 많이 나와서 인상 깊었다. 그 중 제일 좋았던 시(?)를 소개한다.
두일이
장날이다.
두일산업 개
두일이는
킁킁, 좋은 냄새
찾아 간다.
"저 왔어요!"
"우리
어린이 왔네!"
족발집 아주머니는
두일산업 개를
어린이라고 부른다.
"얘가 사자갠데, 4살쯤
됐어요.
어린이야, 어린이!"
어린이는 아주머니가 포장
마치기를 기다린다.
두일이는
검정봉다리에
든 뼈다귀를
기분
좋게 물고 간다.
그렇게 가져가서는
몽땅 새끼들 먹인다
저는 한 개도 안 먹는다.
내력이라고,
근처 사는
할머니들이
말한다.
두일이 엄마도
두일이 형제
키울 때
뼈다귀 간식 얻어다
지새끼들만
먹였다고......
본문의 아름다움을 깨뜨리는 글이라 죄송하지만
1. 개에게는 닭, 돼지, 소 뼈다귀를 먹이면 안 됩니다. 먹다가 내장에 뼈가 걸려서
썩어 그 부위를 도려낸 큰 개를 동물병원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2. 이외에도 피부병 걸리면 정말 고생하니 개를 보면 차라리 간단한
사료나 개 전용 간식을 주세요.
3. 개는 4살이 되면 인간 나이로는 30살입니다. 뭐 할머니들에게는 그 나이도 어린이로 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저도 어린이니까 어린이날에 선물을 주시기 바랍니다. (뭣)
담인이도 큰 키에 얼굴이 좀 더 소년티가 나고 있다. 라온이는 매일 볼 때마다 얼굴이 달라져서 라온 엄마랑 나랑 서로 놀라워한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눈이 부시게 피어나고 있다. 나는 날로 쇠퇴해가는 거겠지.

우리나라 만화 중에서도 라온이 주인공이고 제목도 라온인 책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가 영챔프에서 그렸었습니다. 보다 말았는데 새삼 재탕해보고 싶네요. 사실 올린 이유는 따로 있지만 비밀입니다 ㅎㅎ
P.S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국가 시스템에 저항하여 담배를 길가에 그냥 버리자는 이야기가 이 잡지에 나온다. 말인즉슨
국가의 횡포를 겁내지 말아야지 청소부들이 늘어나는 걸 겁내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내 주위에도 홍콩에서 이와 똑같은 걸 배웠다는 사람이
있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려 하니 홍콩의 직원이 '그렇게 착실히 버리면 청소부가 할 일이 없지 않느냐'며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말에 크게 화를 내며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면 그걸 지나다닐 때 보면서 기분 나빠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라고 했었고
<버리다>라는 책 서평에도 그렇게 썼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쓰는 잡지에서 이런 글이 나오다니... 나는 생각해보면 정의로움과 윤리에
민감하고 공중도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보는 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서 사고를 좀 더 유연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공중도덕을 지키는 게 잘못되었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이 로봇을 앞세워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세상이 되고 있는 이상, 쓸데없는
것과 인간이 흥미로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쓰레기가 많아짐으로써 바다가 있는 마을이 좀 더 부유해졌다는 해외기사를 본
적도 있는 듯하다. 쓰레기란 무엇이고 어떻게 다뤄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