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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KBS문화사업단 엮음 / KBS문화사업단 / 1996년 4월
평점 :
품절
I would slip into the Blue House to aptly answer your question.
d
실명을 공개하면 하도 지우라고 닦달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글이 통째로 날아가면 곤란하니
정확한 정보를 생략하겠다.
댓글이나 메시지로 살짝 물어봐준다면 육하원칙으로 선명하게 대답할 수 있다. 바로 어제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떤 작가가 맛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어떤 곳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다. 아이를 데려온 어떤 사람이 (아이는 계속 작가의 소설과는 관련없는 만화책을 읽고 있었고 그 분은
왠지 그걸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 당당하게 첫 질문을 했다. 바로 지역의 난개발에 대해 한 소감 말해달라는 요구였다. 물론 지역에서는
중요한 상황이었지만, 행사의 취지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물론 그 작가는 난개발을 반대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쁘게 보이면 안 될 테니까. 잠시동안 어색한 웃음이 흘렀고 나는 그 다음 질문자였다. 나는 작가에게 전부터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던지라
분위기와 상관없이 글쓰기에 대한 질문을 함으로써 주제를 전환시켰다. 그러나 내 다음 질문자도 난개발에 대한 질문이었고, 그 다음 질문자는 작가의
옆에 앉은 사람에게 질문했지만 역시 난개발에 대한 질문이었다. 마치 그 중 하나가 난개발에 찬성한다고 물으면 어떻게 난개발에 찬성할 수가 있냐고
바락바락 따질 기세였다. 그런 질문을 하는 자신이 무지 대단해보이나?
우리나라만 그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데, 헬조센
인간들이 질문(?)하는 데엔 몇 가지 원칙이 있는 듯하다.
첫째, 꼭 한 문장으로 질문할 걸 두세문장으로 쓴다.
둘째, 첫째
질문이 둘째셋째와 중첩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질문들은 미묘하게 다르다며 한꺼번에 여러가지 질문들을 한다.
셋째, 두유노 기법을 쓴다.
두유노김치? 모른다고 하면 설명할 기세다. 아주 대단한 설명충이다. 뭐든 설명 가능한 스피드웨건 납셨다. 그래서 너의 질문은.
넷째,
외국인일 경우 꼭 영어로 질문한다. 통역기가 있는데도, 너의 영어실력이 너무하고 발음이 몹시 불편한데도 그런다.
공각기동대는
시리즈로 다 챙겨 봤지만 스칼렛 요한슨이 나온다는 그 공각기동대는 보지 않았다. 왜 하필 백인인지, 그 많은 배우 중 왜 하필 스칼렛
요한슨인지, 많은 의문들을 다 스킵해버리고 우리나라 기자가 물은 건 두유노탄핵? 이었다. 행사는 전반적으로 재밌었지만 앞으로 질문 타임이 있으면
슬쩍 나갈까 생각중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는 좁은 곳에서 적은 사람들로 진행했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아니 그런데 나이 들수록 사람 인성이
좁쌀처럼 된다더니 생각해볼수록 열받는다. 사회자들은 진행을 시간에 맞춰 잘 했으나 질문 시간 때문에 행사 시간이 자꾸 연장되었다. 행사에 참석한
관객 중에선 급한 약속이 있는 사람도 있을테고 작가는 유명한 만큼 더욱 바쁜 사람일 것이다. 시간 낭비할 거면 그냥 저지르질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