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시처럼 온다 - 사랑을 잊은 그대에게 보내는 시와 그림과 사진들
신현림 엮음 / 북클라우드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화분 중에서

신용목

내 무덤은 향기로울 것이다
먼 나라의 춤을 푸는 나비처럼은 아니지만,
언젠가 꽃이 진 허공, 그 맑은 높이에 나는
내 영혼을 띄워둘 것이다

저 둥긂을 안고 기다리면 아프지 않게 늙을 수 있겠다
수치를 꽃대처럼 비우고 나면
거친 그리움도 이제는 자연사할 수 있겠다, 있겠다

테두리 중에서

박형준

물건을 사러 잠시 집 밖으로 나왔다가
바람에 펄럭이는 커튼 사이로
안고 있던 여인의 테두리를 훔쳐 보는 것
걸음을 멈추고 흔적을 훔쳐볼 듯 바라볼 때
여인의 숨내도 함께 흩어져간다

오늘과 같은 밤에는
황금빛 줄무늬를 가진
내 짐승들이
고독을 앓겠지

 

  

 제일 아쉬운 건 닉스 워터맨에 대한 설명이 빠졌다는 점이다.

 

 편집상의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구글에 검색해도 상세한 정보는 드러나지 않으며, 시도 모든 걸 알면 모든 걸 용서할 수 있을 것을 이라는 것 하나밖에 공개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귀거나, 익명으로 올렸던 시이거나, 혹은 우리나라에서는 시 하나 외에 유명하지 않은 시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딱히 연인간의 사랑만이 아닌 시들도 제법 있지만 연시가 대다수인 건 사실이다. 

 

 밖에서 들고 읽기 힘든 핑크색의 표지가 먼저 주제를 극명하게 나타내주지만. 신현림 시인의 스타일에 맞는 시들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의외로 애너벨 리라던가 금붕어를 죽인 후 사랑하는 여자의 손에 금붕어가 되어가는 내용의 시라던가 하는 공포스러운 시들도 많았다. 제법 그림을 잘 선정해놓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고전 명화라서 흔히 이런 시집에서 걸어놓는 현대의 어려운 초현실주의 사진을 봐야 한다는 두려움은 훨씬 덜했다. 간단하게 시인의 소개는 물론 올려놓은 그림을 그렸던 화가의 소개까지 적어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연애시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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