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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시집보내기 ㅣ 문학동네 동시집 37
류선열 지음, 김효은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9월
평점 :
참새 중에서
참새 굴이
거기 있지?
그럼 손을 넣어 봐.
참새 두 마리
매끈한 알이 다섯
개
만져지지?
그럼 됐어.
그냥 놔두는 거야
담에 또 잡으려면.

그리자이아 애니를 보자 사치가 나왔다. 전형적인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걸려있는 그녀는 마치
아이처럼 윤리에 반하는 엉뚱한 짓도 친구가 부탁한다면 서슴지 않고 한다. 남주는 그녀에게 한 마디를 던진다. 좀 더 어리광부려도 된다고.
불행하게도 그녀는 일찍부터 부모를 여의었다. 남주가 있는 학교가 없었더라면, 남주가 그녀의 과거에 어느 정도 연관이 없었더라면, 그녀는 멘토가
될 만한 그 누구도 찾지 못했으리라.
이 시에 나오는 아이는 그 학교에서 꼴찌를 하는 문제아다. 꼴찌이기 때문에 그는 학교에서 바보 취급을 당하고(선생님이 먼저 낙인을
찍는다.) 어린 나이에 그는 적당히 눈치보고 살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부모님께 하소연을 해봤자 소용이 없다. 공부 안 한다고 요즘처럼
구박받을 레벨이 아니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일하는지 이 시집에서는 거의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는 술에 만취해 언제 간경화로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다. 심통이 난 아이들은 자연에 화풀이를 한다. 잠자리 시집보내기와 개구리 똥꼬에 바람 불어넣기는 시인 자신은 물론이고 80년대
후반에 태어난 본인도 자주 했던 장난이었다. 그러나 약간 변명해보자면, 역시 장난의 심각성과 잔혹성은 남자애들이 최고였던 듯하다. 그들은 체력이
부족했던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고, 나는 항상 지기만 했으며 지기를 싫어했던 나는 알아서 강해져야 했다.
그러나 아이가 한 번 본
적이 없을 돈 있는 어른들과 사회는 훨씬 더 잔혹했다. 요술공주 밍키가 트럭에 치여 사망한 결말처럼, 이 시도 암시적이긴 하지만 마을이 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고 누이는 집에서 버티고 있다가 강물의 범람에 휩쓸려간 듯하다. 갑자기 너무나 철들어버린 아이는 노는 것도 잊어버리고 하염없이
강을 보다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간다. 시인은 마음에 상처를 입고 급속도로 노화되어 30대 후반에 죽는다. 그 나이에 없어져 물에 묻힌 고향을
그리워하는 기분은 어떨까? 그래서 그의 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섬뜩하다. 악동들이 등장하지만 항상 시인은 그들과 그들의 부모를
능가하는 무언가 무시무시한 게 존재함을 강조하고 있다. 참새 두마리와 알 다섯개를 내버려두라고 그는 단말마로 절규한다. 요새의 아이들은 어떤가.
모래 놀이터는 오염이 된다며 물렁물렁한 콘트리트로 바뀌고 있다. 그나마도 학원과 피씨방이라는 대안 장소(?)로 인해 갈 시간이 없다.

결국 희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있던 동무들은 하얀 눈에 사라지고, 만년꼴찌에 게임조차도
매일 동무들에게 지던 시인만 남는다.
그는 행방을 모르거나 혹은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르는 친구들을 꿈에서라도 목놓아 부른다. 그는 북두칠성에서라도 물 길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누이를 만났을까. 맹모삼천지교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사를 적당히 하는 세상이 왔음 한다.

그나저나 옛날엔 강원도가 얼마나 깡촌이었으면 뱃사공을 하필이면 '강원도' 떼사공이라고
놀려댔을까... 그때문인지 강원도 사람들은 서울에서 있는 거라면 똥이라도 뭐든지 자기네 고장에 두려고 하는 판에 아주 요즘 환경오염이 말이 아닌
것 같다.
강원도 떼사공
사공 떼사공
강원도 떼사공
초여름 장마로 강물이 불면, 막혔던 봇물이 터지듯 범여울 물이 콸콸
불어나면, 강원도 정선 땅에서 뗏목 배가 내려와요. 앞 사공 뒤 사공 사이좋게 뗏목 배가 내려와요.
사공 떼사공
돼지우리
지어라.
어쩌다 풋나기 앞 사공이 범여울 한복판으로 배를 몰면, 황소바위도 못 가서 몇 동강이 날 텐데, 길다란 뗏목배가 여울
복판으로 가면 우리들은 목청껏 놀려 대지요. 돼지우리나 지으라고 신나게 놀려 대지요.
강원도 떼사공
돼지우리
지어라.
범여울 칼바위에 뗏목은 갈가리 찢겨 돼지우리가 되어요. 두멍소 나팔 돌림에 빙글빙글 돌아요. 강원도 떼사공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고 우리들은 그만 줄행랑을 놓지요. 붙잡히면 경을 칠 테니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을 놓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