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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평점 :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는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 생산의 근원이 여기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작품에서 남편을 두 번 잃은 소복여인이 잠깐 나오는데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요코
생각나더라...
간단히 말하자면 종갓집에 시집온 여자들의 이야기이다. 시어머니도 옛날에는 며느리였고 시할머니도 옛날에는 며느리였더라... 생각해보면
종갓집에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는 없다. 종갓집 여자애는 존재할 뿐. 여자애는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맞는 남자가 있을 때까지는 여자가 아니다.
소설에서도 나오듯이 종갓집 남자는 몇 번씩이나 여자를 잃어도 보쌈이라도 해서 얻으면 된다. 마치 인형을 얻듯이. 아니, 얻어야 한다가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다음의 여자들은 살아있다. 그러나 여자는 남편을 잃으면 잃은 대로 산다. 그녀의 옆엔 죽은 남편, 잃어버린 남편이 있다.
시체를 끌어안고 그들은 죽음의 철학을 향해 나아간다. 나는 우리나라에 열녀가 많은 이유가, 그들이 유달리 착하고 선해서가 아니라 갈 곳을 잃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누가 그녀들의 갈 곳을 없앴을까. 누가 그녀들에게 종가라는 무거운 짐을 지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