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아침 문학과지성 시인선 437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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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포옹은 모든 사람을 배제한다
한 사람만 빼고
ㅡ라이너 쿤체

검은 상복을 입은 그림자들이
우리들의 묵념을 대신하는 오후

햇빛은 한없이 은총을 낭비하고 있다

둥근 광장이 둥그레진다
네모난 광장이 네모진다
척삭동물들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두 사람이 잠시 포옹을 할 때
선인장에 잠자리가 날아와 박힌다
날개를 펼친 채로 안온하게

가녀린 신음들이 머리카락을 흔든다
사람이 되고 싶어 흘려온 핏방울이
적색 구름을 모은다

오늘은
어느 위대한 마지막 날이
비밀처럼 스산하게 나를 스치는 듯하다

천사들이 남몰래
날개를 부러뜨리는 소리라던
후드득 후드득, 빗소리가 들려온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살짝 지루했습니다 쿨럭;;; (몰매)

 

 역시 소문난 잔치엔 먹을 게 없는 건지, 아님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건지, 또 아니면 이 분의 시를 조금씩 조금씩 들어온 게 너무 많아서 구절들이 다 익숙해진 건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시를 처음 읽는 사람인데 고전 시들을 읽기에 지쳤고 조금 어려운 시를 읽고 싶다면 이 시집을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이거 대체 뭔데;;; 강은교 시인보다도 더 중후하고 클래식한 느낌이다. 느낌은 비슷한데. 슬픈데 내장이 안 나와서 그러나?

 

  그동안 잃어버린, 비에 젖은 우산을 펼쳐놓아 7월의 포도나무나 8월의 오동나무처럼 열려있는 현관문 앞을 꾸민다는 마지막 시 내용이 상당히 마음에 들긴 했다. 이번에 진해를 갔을 때가 생각난다. 건물 하나 당 벚나무 하나가 서 있다는, 그래서 벚나무가 그 집에서 죽은 사람을 추도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제주도 강정마을이나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듯한 시가 제법 많았는데, '아이들'이란 구절을 하나도 담아내지 않고 슬픔과 사회적 메시지를 표현해낸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학생들 알고 있었어요? 어디다 대고 얘들아 하면서 반말이야?"라거나 "학생들만 희생된 거 아니거든요? 어른들도 있거든요?" 라고 세월호 관련 글에 문제를 제기하는 청소년들이 꽤 되는 걸 감안할 때, 널리 쓸 수 있는 시들이 아닐까 싶다. 메세지의 명확성이 약간 모잘르고 애매하긴 하지만.

 그리고 사실 그녀의 시보다 황현산 씨의 평론이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여태까지 보고 들었던 평론 중 두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과연 대중적인 평론가는 이렇게 글을 쓰는구나. 좋은 참고가 되었다. 그러나 시를 읽을 때 생기는 독자의 마음을 전부 덮어버리면서 지배하는 듯한 그 느낌을 볼 때면 아주 좋은 평론은 아닌 듯하다. 예를 들어 난 천 년의 깊은 잠을 자고 싶다는 시인의 시를 그렇게까지 슬프게 읽진 않았다. 누구나 아침에 눈 뜨고 싶지 않았던 적은 있지 않나? 그냥 평범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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