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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세영 - #너에게_말하는_대신_시로_썼어
김세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흔한 말이지만
항상 생각하곤 해
너의 이름이
사랑이었다면,
예쁘다는 표현을
이 세상에서
너한테만
쓸 수 있다면,
흔한 표현이지만
마음은 흔하지 않기에
예쁜 너를 나는 사랑해
시쓰세영은 시집인가?
근데 이거 쓰면 다시 내가 일하는 곳은 동네서점인가?로 돌아가는데...
게다가 왠지 자꾸 시쓰세영이 시집이 아닌 이유를 위주로
찾게 된다. 아... 복잡해지네.
김세영 님은 나한테 모든 사람이 시를 쓸 수 있다고 했다. 그치만 내가 시를 쓸 수 있나? 그리고 시와
글의 차이는?
소설가와 작가의 차이인가.
내가 뭐 읽어보시집 같은 책들을 즐겨보는 것도 아니고 되려 현대시 미래파
시들을 즐겨 보는 편이다만 가끔씩 보면 좋은 걸 알고 있기에, 최대한 사랑시집 같은걸 구석에 들여놓고 시를 찾는 고객들에게 말한다. "이게 시집
코너입니다. 시에요." 난감한듯 안색을 찌푸리며 좀 더 고급스런 시를 원한다고 말하는 고객들을 보면 나도 속상하다. 알고 싶어진다. 왜 이들은
제대로 시 취급을 받지 못할까? 읽기 쉬운 시들을 좋아한다면서 왜 시쓰세영은 시집이라고 부르기 꺼려할까? 다시 시란 무엇인가? 라는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어째 '그들이 말하는' 시란 무엇인가? 로 되물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많다.
이 책을 보다보면 일단 한남들이 연애에 너무 매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게 마치 자신의 남성적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도 없는데 솔로인 게 싫어서 어떤 여자와 사귀자고 해놓고 카톡도 별로 주고받지 않다가 다른 여자가 생기면 헤어지는 경우를 최근 너무나 많이 보았다. 낭만주의 귀족들이 아! 내가 사랑에 빠졌다니! 사랑이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에서 배덕감을 느끼니 내가 이렇게 그리스 영웅 같다!라는 자뻑에 가까웠다면, 한남들의 그런 특유의 행동은 사회적 인정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랑도 뭣도 아닌 가장 최악의 케이스로 보고 있다. 일단 (이성애를 하고 있다면) 남자는 사귀는 여자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지 않는지 잘 생각해볼 일이다. 이 책은 소시민의 연애를 강조한 데서 현실을 드러내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강조하느라 문학적 깊이가 너무나 얇게 드러났다.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지적으로 수준이 낮아지면, 자본주의라는 달콤한 꿈에게 쉽게 지게 되고, 그저 공장에서 찍어낸 인간이 되어 살 수밖에 없다. 확실히 애니메이션에서도 일상물이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판타지도 중세 영웅들이 현대 사람들의 일상에 감탄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정말 그들이 현대 문명에 그렇게 감탄하기만 할까?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보잘 것 없는 것들은 아무리 내세워봤자 점점 비참해질 뿐이라는 걸.
사랑한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하루를 마감하며 나는 기대했어
너와 시시콜콜하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5분에 한 번, 10분에 한 번
성의 없이 오던 그 답장들
나에 대한 귀찮음과
나에 대한 무관심을 말해주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에 사랑하냐고 물을 때면
언제나 사랑한다고 대답하는 너
말론 사랑한다면서 행동은 그렇지 않은 너
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단 걸 나는 알아
항상 니가 하던 말처럼 나를 소중히 여긴다면
항상 니가 하던 말처럼 나를 대해주길 바래

사랑을 하면 좋다. 몹시 좋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삶은 그게 전부가 아니다. 나쁜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고칠 생각을 하지 말고 당장 걸러내야 하고, 집안의 반대가 심하다거나 그 집안이 나와 인생 설계가 맞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이성애의 경우) 남자 쪽이 굉장히 똑똑해야 한다. 세상에 인간관계만큼 어려운 일이 없다. 그것 때문에 고민하다가 병 걸려 죽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들리지 않은가. 근데 정말 과학도 발전했다는데 인간관계 해결해주는 로봇은 왜 안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