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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조심하소 - 조선 후기 김려의 시와 글 ㅣ 겨레고전문학선집 12
김려 지음, 오희복 옮김 / 보리 / 2006년 2월
평점 :
붉은 앵두 중에서
우물 가 빨간 앵두 몇 천만 열렸던고
긴 가지 짧은 가지 열매 맺어 늘어졌네.
연희가 손수 따서
광주리에 담고 보니
동글동글 하나같이 수정빛이 영롱한데
한 알 집어 입에 넣고 연희 아씨 이르는 말
"내 입술이 붉은가요 앵두
알이 붉은가요."
늙은 이내 몸이 산골에서 귀양 살 때
세 해 동안 그 앵두로 주린 창자 달랬네.

조선 후기에 김려라는 사람이 쓴 시와 산문을 모두 모은 글이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로
글을 쭉 보았다가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정약용과 같은 시기에 글을 썼다고 하는데, 그의 유명세에 말려들어 묻힌 모양이다. 사실주의에 바탕을 두고 글을 쓴 탓에 정부를 비방했다는
모함을 받고 귀양을 가서 글을 다 수습하지 못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또한 북쪽 태생이라고 하는데, 당시에는 무신들만 뽑기로 유명했고 전쟁이
일어나는 등 안정적인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문신이 나는 일은 이례적인 사건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일에 기반하여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의 밑에 저자가 간단히 설명을 붙이는 점도 특이했다. 북쪽에서 남쪽까지 여러 지방을 돌아다닌 이력 덕분에 조선 후기 여러 곳의 풍속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