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도 보도 못한 정치 -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의 유쾌한 실험
이진순.와글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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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은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공격적이고 폄하하는 발언들의 95%가 여성들을 향해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을 드러내거나, 평등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는 여성들은 폭력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됩니다. 온라인상에서 남성 우월성은 심지어 평등을 지향하는 조직 안에서 훨씬 더 미묘하고 복잡하게 드러납니다. 직접적이고 권위적인 어투로 글을 쓰는 것처럼 말이죠. 따라서 이론상 디지털미디어는 모두에게 열려 있으며 평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에선 권력 관계나 문화적 패턴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한남충한남충거리지 마세요~
남녀 모두 사이좋게 지내요~ 

 

 

 씨발.
 너네가 이런 댓글 다는 게 폭력이다.

 

 

  

일단 출간할 타이밍을 잘 잡은 것 같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지 않았다면 대로변에서도 이 책을 읽다가 '빨갱이'라는 터무니없는 오해를 받았겠지. 하루종일 이 책을 표지 다 보이게 읽고 다녔지만 사람들은 힐끔힐끔 쳐다볼 뿐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아버지는 씩씩대면서 들어왔는데, 식당에서 30대 남자가 술에 만취해서는 뉴스말고 드라마를 틀라며 아무에게나 욕을 해댔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메시지를 표명하기 위해 시청 앞에서 책을 읽었던 캠페인이 떠올랐다. 역시 책은 지식의 보고라는 말이 있어서 표지가 대놓고 혁명적이더라도 모두들 닥치는 효과가 있어 좋은 듯 하다. 개인의 선택의 자유라던가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윤리적 관점에서 방어도 가능하고.

 일단 이 책의 문제점을 좀 지적할 수밖에 없겠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기술이 발달했음에도 여태 정치에 시스템이 도입되지 못한 이유가 여러가지 겹쳐져 있다. 일단 노무현의 개죽음이 가장 크다. 그는 네트워크를 신뢰했으나 이 책에서 말하듯 기술을 신봉하는 사람들이 언제나 진보적인 것은 아니기에 인격적 모욕만 잔뜩 받고 사망하였다. 게다가 프로그래머들의 박봉도 있다. 오픈소스를 쓴다고 말은 하지만 책에서 나오는 이들도 어딘가에서 돈을 받으면서 먹고 자고 하면서 프로그램 개발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지칠대로 지친 청년들에게 열정페이를 바래서는 안 될 일이다.

 두번째로 이 책에서 자주 나오는 '해커'다. 우리나라는 IMF 위기 이전에도 각종 위기를 겪어왔고 극단적인 자본주의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플랫폼으로 정치를 한다면 각종 정당이 실력 있는 해커를 고용하기 위해 돈을 쏟아부을 가능성이 있으며, 결국 돈 많은 당이 네트워크를 지배할 수 있다. 일베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들은 빈민이라던가 장애인에 대해 책으로 봤거나 해서 전혀 모를 것이며, 이는 결국 현장에는 가 보지도 않고 탁상공론하는 무능한 기업인들과 하나도 다를바 없다. 실제로 이과 사람들이 팟캐스트에서 '로봇이 나오면 택배기사들은 일을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 있다. 그들은 결국 정치계 싸움의 용병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숙명이며, 최악의 상황에선 정치라는 자리에서 인간을 없앨 수도 있다. 시위에 참여하면 별별 사람들을 다 보게 되는데, 정신이상자도 거지도 장애인도 다 있다. 이들은 네트워크에 접속하기도 힘들지만, 엄연히 시민이다. 이 책에도 나와 있지만 현장 참여는 매우 중요하다. 네트워크보다 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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