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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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 씨 구출작전

부장은 또
"허허, 은혜 씨는 아주 남자들 잘 홀리게 생겼어.
눈빛이 야릇하다니까! 허허! 한잔 받지!"와 같은 개소리를
해대고 그 옆에서 수도 없이 억지 술을 받아먹은 그녀는
몸조차 못 가누고

"이거 너무 심하잖아!
은혜 씨 뭐하고 있어요! 나갑시다!"

하며 거칠게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를 박차는 상상만 한다.
차장이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귀만 부장님과 은혜 씨의 테이블을 향한다.

 

  

 내가 신입때 저런 식으로 여자 한 명 구해줬는데, 그 때부터 왕따하고 술 마시면 옆에서 젊은 게 발랑 까져서 잘 마신다고 비아냥거리다 급기야는 지네 회식에 초대도 안 하더라. 젊었을 땐 무조건 주먹 날렸어요 부장님. 그리고 직장에서 짤리거나 목숨이 날아가는 것도 아닌데 왠만하면 도와주지?

 

 일단 이 책을 쓴 그도 정규직 회사원을 겪은 적이 없고 나도 겪은 적이 없다. 그래서 대리, 차장 등의 단어가 굉장히 낯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가 있었다. 이 정도면 대중적으로 읽히는 데엔 성공이 아닐까 싶다. 소설에서는 글쎄올시다. 섬으로 표류되었다거나 타임루프 되는 이야기인데 너무 교훈을 담아내려고 노력한 점이 있어서 되려 가벼워진 점이 있었다. 나로선 아쉽긴 하지만 요즘엔 내용이 가벼운 책이 대세이니 분명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SNS에서 나올 법한 개그 이야기라 생각하고 보면 되겠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마라. 중요한 건 짧은 글로 회사 생활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노래가사같은 시다. 나는 그게 시라고 생각한다. 비유나 묘사는 매우 초보적이지만 비아냥거림에서 제법 연륜이 느껴진다. 주인공의 대부분은 인턴이나 신입, 최대한 일해봤어도 5년 정도가 고작인 회사원들인 것만 봐도 그렇다. 아무 이야기나 올린 게 아니라, 흔하게 있을 법한 것들만 골라낸 티가 난다.

 

 지금도 물론 회사에서 야근으로 고생하고 있을 친구가 이 책을 보고싶다고 할 때는 퍽 인상이 깊었다. 정치나 사회면으로 깊이 빠져들었던 그의 책 편식으로 볼 때 더더욱 그랬다. 알고보니 SNS에서 그의 글을 잠깐 보았는데 매우 공감이 갔다나. 사람들에게서 두꺼운 책을 읽을 시간을 빼앗는 기업들에게 유감을 느꼈지만 핵직구로 마음을 울리는 짧은 시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감명이 깊다. 어른이 될 때 인간관계에 대한 솔직한 고민과 토론은 사실상 직장에서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사내 독서토론으로 이 책을 꺼내드는 건... 무리일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목표로 잡은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이 책을 기준점으로 삼아 사회, 정치, 경제 분야의 책에 관심을 가진다면 아주 좋은 일이겠다. 궁극적인 목표는 자본론으로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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