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그립다 - 스물두 가지 빛깔로 그려낸 희망의 미학
유시민.조국.신경림 외 지음 / 생각의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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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내 무덤 앞에 서지도 울지도 말라'고 한다. '나는 그곳에서 자고 있지 않기'에. 나는 '불어대는 천 개의 바람', '눈 위에 반짝이는 광채', '무덤 위에 내리는 부드러운 별빛'이기 때문이다. 

 

심경이 상당히 복잡한데 일단 박근혜는 최순실이 없으니 절대로 그녀가 그립다 같은 책을 낼 수가 없을 거 같다.

 

 그녀 한 명 떨어지니까 팔선녀가 모조리 흩어지는 걸 보면 실세를 넘어 생명줄이던 거 같은데 말이다. 반면에 노무현은 탄핵까지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그를 위해 글을 써서 올릴 사람이 22명은 있다. 그것도 문학적으로 온전하고 기본적으로 정신도 튼튼한 사람들이 말이다. 새삼 그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가끔은 새와도 같이 밥을 먹고 싶댄다. 항상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해보이는 사람이 대통령도 되고 사람들의 선망도 받고 있으니 질투를 느끼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존재이니 말이다.

 

  

요망한 미키같은 멤버는 나같이 뭔가 움직이고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사람에겐 상당히 짜증나는 존재다. 하지만 그녀가 사무실에서 엎드려 자고 있지 않으면 '또 자냐?' 하고 면박할 사람이 없다.

 얄밉게도 인기까지 많다. 오로지 노래부르기만 치하야가 경멸하는 일까지도 선뜻 해내는 그녀는 스쳐지나가듯이 보면 가벼운 여성으로 보이지만 자신을 괴롭혀 가면서까지 그 누구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사실 그녀가 잠이 많은 이유는 사무실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아이돌 스케쥴다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에겐 한계점이 있다. 일본 아이돌 캐릭터에 비교하기엔 좀 경박할지도 모르겠지만, 노무현은 적당한 때에 팀으로 돌아오지 못한 그녀의 상태였는지도 모르겠다. 더민주당이 몸을 사리고 있는 모습엔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 책에서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다. '저렇게 훌륭한 사람이 저렇게 맥없이 쓰러지는데 내가 나대면 대체 어떻게 되는거지?' 결국 만만한 강남아줌마에게는 세월호 같은 거 타다가 죽길 바란다고 큰소리치면서 우병우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판을 치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노무현에게 호통을 치고 온갖 이지메를 가해서 자살하게 한 사람이 바로 우병우다.

 

  

결국 다음 대선에서는 더민주당이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재미는 없다.

 최순실과 비겁한 정부에 대한 비난이 판을 치는데 말이다. 차라리 하야를 당당하게 외치는 정의당이 훨씬 더 흥이 있어 보인다. 노무현 시절 한 자리 얻었던 사람 몇몇이 이번엔 새누리당에서 길길이 날뛰고 있으니 힘이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진보 측 내부에서도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이 망하고 국가가 한 번 붕괴되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이다. 이런 때 그가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따분하다. 잘못된 걸 평범하게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해줄 리더십 있는 사람이 그 어디에도 없단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엔 정치에 아무 관심이 없었던 나는 가출했을 때 비로소 집이 소중하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 청소년같이 촛불시위에 뛰어들었었다. 난 난세에서 잘 살 수 있으며 또 그러길 바라는 인물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촛불시위는 굉장히 재미있었으며 또 난리가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겁대가리 없는 시대의 반항아와 함께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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