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천국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2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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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상을 가볍게 보는 정신이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것에
사고의 방향을 돌리는 사람이 진정 현명하다.

 

 

왠지 괭이갈매기 울 적에의 베아트리체 캐릭터의 성격이 신곡에 나오는 그녀의 성격과 약간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자들이 정신없어하는 그 틈새를 사정없이 공략하면서 그들의 무식함을 비난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베드로 외 3명의 성인들이 나타나 단테를 시험할 때는 '돌변하여' 그를 칭찬하는 느낌이 들었다. (연옥편에서 그렇게 주눅들게 만들 때는 언제고. 은근히 자신의 남친을 부모님에게 자랑하면서 치켜세우는 듯하기도 했다.)

 

 일단 지옥편과 연옥편에 비해 분량도 짧고, 읽는 속도도 훨씬 더 빠르다. 그렇다고 해설의 분량이 줄어든 건 아니다. 다만, 한 문장 한 단어의 해설 자체가 상당히 길다. 어쩌면 이 책이 '신곡 완결편'이라는 기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체로 '빻았다'. 그렇다. 빻았다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전쟁을 좋아하고 당파 싸움을 일삼는 '사람들'을 비난하면서도 남성성에 관련된 단어는 안 쓰는데, 피렌체 여성들에게서 당시 유행하던 노출성 있는 옷을 비난하거나 피렌체 자체를 여성에 비유하면서 신랄한 조소를 던지고 있다. 신곡이 전반적으로 그러하긴 한데 베아트리체가 옆에 있는데도 그러고 있으니 참 민망하다. 그러고보니 베아트리체는 현실의 단테와 맺어지지 못했다고 한 것 같은데,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신곡 뒷부분에 여성에 대한 숭배가 나오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일단 그들은 성모 마리아처럼 죄다 성서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다. 여성 자체가 잘 등장하지 않지만 베아트리체나 자신과 관계된 여성이 아니면 거의 다 지옥이나 연옥에 넣었는데, 지상에서 온갖 차별을 받는 여성이 천국에서까지 차별을 받는가 보다. 그러고보니 천국 최상층에 있는 그 성서 속 여자들까지도 마리아 빼고는 죄다 '이브의 죄를 씻는 중'이라고 들었다.

 하느님을 묘사할 때도 자신이 인간의 영혼이라서 하느님의 빛이 각각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인다며 적절하게 얼버무린다. 굉장히 문학적인 대답이기도 하고 이런 내용의 작품 치고는 완성도도 높다. 하지만 보는 것만 강조했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만 볼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왜 하느님의 빛엔 냄새가 없었을까. 왜 천국의 빈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문제다. 피렌체의 정치가들에게 단단히 미움받은 단테의 심정으로 보건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는 자신이 이렇게 고난을 겪으니 세상엔 천국으로 갈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드물다는 관점. 두번째는 세계멸망이 빨리 와서 모두 심판받고 자신은 천국에서 영원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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