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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아프다 - 김남조 시집
김남조 지음 / 문학수첩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배고픔
그 이야기
가난한
수도원에
네 배쯤 음식을 먹는 사람
있어
다른 이는 더욱 굶주렸다
훗날 저들이 천국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 사람도 와 있었다
하느님 말씀이
그는 먹어야
할 음식량의
사분지 삼을 양보했기에
측은하고 가상하여
천국에 불렀다고 하셨다
이 이야기는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으나
이내 잠잠해졌다
저마다 누군가를
향한 맹렬한 배고픔과
무엇인가에 대한 불치의 허기
그 낭떠러지를
굽어보고 있었다

사실 김남조 에세이를 보면서 뭔가 실망스러운 점은 눈에 적지 않게 띄었었다.
집안에 불행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왜 똑바로 말하지 못해서 사람을 답답하게 하는가. 그보다 시인은 애초에 왜 그 고민에 대해 어떻게
해결해볼 생각이 전혀 없는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책을 읽다 말고 그대로 책을 버린 일도 있었다. 어머니가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하길래 다시 그
책을 헌책방에서 구해왔지만,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었다. 오늘도 이 분의 시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막막한 마음이 들었었다.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시인과 시가 서대경과 동지라는 시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한 때 좋아했던 시인으로서 이 시집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어떻게 한국에서 노예로 살아온
자신의 처지를 시로 씀과 동시에 삼성의 회장을 찬양하는 시를 쓴단 말인가. 이건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를 욕하면서도 '그래도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는 살렸어'라고 말하는 어처구니없는 노인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게 아닌가.
새삼 글 쓰는 사람들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물론 개인의 취향은 존중해줘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보수라고 지칭하는 사람들이
너무 모순되는 말을 많이 하다보니 독자들이 너무 휘둘리고 있다. 나도 여전히 김남조는 좋아할 테지만, 아마도 예전처럼 좋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 시인은 자신의 개인적인 불행을 사회적인 유명세에 이용했을 뿐, 그것을 역사와 인류의 문제로 끌어올리지 못했다. 심장은 그냥 아픈 채로
남아있을 뿐이다.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해져야 이후 문학세계에 길이 남게 되는데 그녀의 시는 각자의 주장이 너무 강한 우리나라에선 너무나 치졸하고
소심하다.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질러야 한다. 그러나 그녀는 최근 시집에서도 끝까지 그러지 못했다. 아마도 그녀의 글짓는 능력은 이 정도에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