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 난리를 당하매 - 임진왜란에 조국을 지킨 아홉 의병장 작품집 겨레고전문학선집 9
곽재우 외 8인 씀, 오희복 옮김 / 보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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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 필마 단신 강릉 땅 찾아드니
황량한 옛 역마을 차마 보기 어렵구나.
계속되는 가물이라 밭곡식 타 버리고
불어 대는 센바람 창문을 뒤흔드네.

온 해를 밭에 산들 덕 볼 것이 무엇이랴.
이해가 다 갔지만 살아갈 길 막연하네.
날마다 오고 가는 하 많은 저 관리들
백성들을 구제할 방책이나 생각하오.

 

 

뭔가 공부를 한다는 기분이었지만 흥미로운 점이 굉장히 많았다.

 

 첫번째가 책 말미에 의병을 '뭇다'라는 말이 많이 등장하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묶다의 오타인 줄 알았는데 계속 반복되어 나오길래 이상하게 느껴져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두레를 뭇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었다. 어떤 목표를 위해 배경환경이나 성격이 다른 다양한 사람들을 서로 엮어서 조직을 이룰 때 쓰는 동사가 아닌가 싶다.

 확실히 의병장들의 시와 산문을 한데 모아보니 별의별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신분계 사회인지라 지방의 유력 인사라던가 정치에 많이 관여한 승려가 대다수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술을 굉장히 좋아해서 술이 등장하는 시구만 20편 중에서 다섯편 정도 차지하는 사람도 있었고, 위의 시구에서처럼 관리들이 술 마시며 유람하고 다니는 걸 사정없이 질타하는 사람도 있었다. 당연히 스님들에게선 불교에 관한 시가 많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의 자연 경치라던가 술에 대한 시가 공통적으로 상당히 많았다. 술의 도수를 높이는 그릇인 술두루미라던가 탁주같이, 그 시대의 음주 문화가 잘 드러나서 흥미로웠다. 그들의 자연 경치에 대한 찬미는 아무래도 힘든 일을 겪은 자신들에 대한 스스로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유람 도중에도 나라를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가장 흥미로운 건 고경명이 의병을 모으면서 호남 지역을 상당히 찬미하는 글을 썼다는 점이다. 다른 책에서 본 안동에 관한 글인데, 서울에서만 선비를 뽑다보니 지방에서 선비 한 명만 나와도 굉장히 좋아했던 문화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다고 말했었다. 언젠가는 그 지방을 오랫동안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경명과 그의 아들들, 호남 지역민들이 그렇게까지 자부심을 가지는 그들의 애국 활동이란 것들이 대체 무엇일까. 그 흔적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박지원이 떠올랐다. 나는 그가 결국 국민의당을 점령하고 서서히 호남당으로 개조시키려 하고 있으며 처음부터 그런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고경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호남 사람들을 모아서 용감히 싸우다 결국 아들 하나를 나라에 바치고 자신도 전사했다. 하지만 요즘의 호남 사람들은 권력에 눈이 멀었던가, 호남 토박이의 성공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호남 토박이 조상들이 어떤 심정으로 활약을 떨쳤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또한 이제부터라도 이 후손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잘 살펴서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대부분은 윗대가리들에게 찍혀서 시골로 반은 쫓겨나고 나머지 반은 생계에 곤경을 겪으면서 사는 듯했다. 내 외할아버지도 현충원에 계신다. 국가유공자가 국가유공자인지 의심되고 공이 아니라 계급을 가지고 성과를 왈가왈부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P. S 본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화장하고 현충원에 모셔짐. 근데 이놈의 국가가 예전에 장교이셨던 분을 계급을 슬쩍 내려서 표기한 거임. 나도 그렇고 우리집 외가 핏줄이 성격 좀 더러우니까 어지간히 군대에서 미움받았나 봄. 근데 전남친이랑 현충원 갔었는데 계속 무덤 위치랑 계급 거론하면서 거품물어대는 거임.
니 양심에 펙트를 따져. 멀쩡한 사람 사기꾼 만들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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