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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6.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대부분의
전기는 솔직하지 못해 자신을 미화하는 데 그친다. 나는 내 삶을 그런 식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대부분 몇 년 전으로 돌아가면 내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정말 돌이킬 수 없이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경우라고 생각이 든다.
뭐 나도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지만, 따지고 보면 선생을 잘못 만난거고 그 초등학교를 다녔다는 사실은 어린 내가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생각한다. 한때 무언가에 너무 깊이 빠져서 목숨에 위기가 올 뻔도 했다만 어쨌던 그런 경험을 했기에
지금은 몸을 아낄 줄 아는 사람이 되었고 그 덕분에 오랫동안 심각했던 외모콤플렉스까지 일시에 해결되었으니 한 개의 돌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외모에 친구에 아주 다양한
콤플렉스가 있었던 지라, 그 과정을 또 겪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만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그 때로 돌아가야 한다면, 좀 더 책을
열심히 읽고 좀 더 열심히 뛰어놀 것이다. 중고등학교 때 놀고 싶은 마음이 확 터져서 교복 안에 이어폰을 넣어서 숨긴 다음 음악을 듣는다던가,
책 안에 몰래 만화책을 넣고 읽는다던가 했었다. 그 과정 자체가 후회되지는 않지만, 좀 더 솔직해지고 당당해졌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학교
공부나 시험 따위엔 좀 더 무책임한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해보면 책을 읽는 행위 때문에 여태 공부가 좋았던 것일 뿐, 시험을 본 후엔 아예
관심이 사라져서 채점하거나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 따위 아주 질색이었다. 아무튼 결론은 펑펑 놀면서 아주 대책 없이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계획을 대학을 졸업하고도 한참이 지난 이제서야 실시하고 있다.
이번 해엔 밖에서 자고 오는 여행을 하는 게 목표인데, 직장에서 3년 이상 안정적으로 일하다보니 그것마저 힘들어지는 상황에 처한다.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게 목표인데, 내가 좋아하는 책의 매출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 걱정스런 일이 되었고 직장에서도 미운 정이
약간 붙으니 자유로이 거동하기가 힘들다. 그래도 꼭 30이 되기 전에 제주도 여행의 꿈을 달성시키리라 다짐해본다. 이번 직장을 그만둔다면
해외여행을 떠날 거다. 사람은 변하기 힘들다. 20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과 꼭 같이, 아니 지금보다 더 가관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