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편지 - 세월호 희생자 정지아(단원고2)의 글
정지아 지음, 지영희 엮음 / 서해문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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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내린 줄을 당기고 싶다는 건
내게로 오게 함이었다

뱃전에 달라붙는 소외된 냉기쯤
더 아플 것 없는 청호동 바람에 훑어내고
가끔 큰 배가 지나칠 때마다
물결 사이로 솟구치는 유혹은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네가 왜 
먼 바다에까지 외등을 밝히고
밤마다 서성이는지 알아야겠다
갈고리에 끼운 쇠줄
힘껏 당기어
네 가슴 한가운데를 끌어내는데
내 먼저 가고 있는 건
발 먼저 내달아지는 건 무슨 까닭인가

바람 속 너를 끌어안고 싶은 
오늘
내 가슴 한가운데로
굵은 쇠줄 하나 내리고 싶다.

 

 

  

이것이 바로 강원도 속초에서만 쓰이는 갯배.

 지역 사람들은 이게 어째서 명물인지 잘 모르는 것 같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관광상품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배를 타려면 노가 필요하고, 노를 젓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베네치아같은 곳에서는 배를 타기만 할 뿐, 직접 배를 몰아보지는 못한다. 그러나 갯배는 단지 쇠줄만 잡아당기면 여기서 저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직접 배를 끌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인근에 항구가 생겨서 바닷물이 점점 더러워지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그 바닷물마저 갯배를 타면 새롭다. 바닥의 출렁거리는 느낌은 심장의 두근거림과 어느 정도 닮았다. 이 시는 갯배의 모습을 상당히 잘 표현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시집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구석구석 슬픔과 눈물에 젖은 단어들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단지 시인의 개인적인 감상일 뿐이다. 아무리 자신이 슬픔을 느낀 그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줘도, 독자들에게는 그것이 남의 일일 뿐이다. 감정적인 발언을 좀 더 배제하거나, 최소한 불확실하게 얼버무렸다면 조금 더 매력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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