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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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꿈을 키우되 분에 넘치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자신의 능력과 재능을 인정하되 남 앞에서 일부러 떠벌리거나 자랑하지 않는 자연스러움, 함부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지 않는 마음과 태도, 자신의 약점을 오히려 떳떳하게 인정하는 온유함, 실수했을 적엔 즉시 용서를 청할 수 있는 용기 또한 겸손일 것이다.

 

 

 

  

확실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표면상) 젊은 나이의 나는 검색형 인간이다.

하지만 어떤 단어로 검색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사진'을 발견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샘터의 마지막 부분에 '잊혀지지 않는 말들을 되새기며'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잊혀지지 않는'이라는 단어를 따서 구글 창에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라퓨타의 로봇병이 등장했다. 사실 로봇이 신화 이야기에 나오는 거신에서부터 탄생한지라 인간은 그것을 두려움에 찬 눈으로 볼 수밖에 없는데, 라퓨타에서는 그것을 정감있게 등장시킨다.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그 징그러운 거신과 원형은 같으면서 정반대의 타입. 에반게리온 쪽이 질릴 정도로 파괴적이라면, 라퓨타 쪽은 우직한 느낌을 준다. 그가 여주와 남주에게 감동을 받으면서도 인공적인 파괴성에 잠시 무너지는 장면은 아득한 슬픔을 불러온다.

 

 달콤하면서도 약간은 씁쓸한 맛이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데 효과적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데, 이렇게 잊을 만하면 또 생각나는 거신병에게 잘 어울리는 단어같기도 하다.

 

 최근 교통사고로 아는 사람이 사망했다. 그의 아내도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의 아이가 이제 갓 돌을 넘겼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빚지고 산 트럭을 술 마신 상태로 운전했다가 오토바이를 들이받았으니, 그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사실상 일반 보험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설령 부모가 성실하게 살았던 성실하게 살지 않았던, 자신과 피와 살을 일부 공유한 자를 잃는 아픔은 잊혀지지 못하고 그 아이의 가슴 속에 아련한 상처로 남게 될 것이다. 이런 아픔에 대해서, 나는 차마 몰랐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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