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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 2015.9
레이디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에게 사랑이 계시되지 않을 때, 인간이 사랑을 만나지 못할 때, 사랑을
체험하고 자기 것으로 삼지 못할 때, 사랑에 깊이 참여하지 못할 때, 인간은 자기에게도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남게 되며, 그의 생은
무의미하다."

한마디로 이 이야기이다.
요한 바오로 2세 전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사람들을 달래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순간순간 돌직구같은 말을 탁탁 던짐으로서 사람들의
폐부를 찌르는 건 잘했다. 그 특징이 가장 강한 명언이 바로 저 한마디라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애와 이혼을 비정상으로 부르지 말자고 한 이후부터 가톨릭계가 들썩들썩거린다. 동성애는 운동하다가 많은 사람이 죽을
정도로 민감한 주제라서 건드리지 못하니, 이혼에 퇴짜를 놓자고 결심한 것 같다. 심지어 어떤 칼럼에서는 신부가 조심스럽게 결혼에는 사랑이 다가
아니라고 대답한다. 결혼에 대한 교회법에선 서로의 '합의 혹은 동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글쎄. 난 지금 이 '이성애자의 파탄'에 대해서 상당히 담담하게 바라보는 편이다. 가족주의라는 공동체주의는 밖의 소외된 인물들에게 너무나
오랫동안 무관심해왔다. 그 덕분에 사회엔 가난한 사람이 넘쳐나고 있고, 그들의 분노가 폭주하면서 중산층의 자식조차 남을 믿지 못해 결혼 혹은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그 때문에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 용기있는 사람, 혹은 '돈이 많은 사람'만이 결혼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동성애자였다가 양성애자로 바뀌고, 이성애자로 '돌아온 탕아'인 나는 어떤가? 나는 결혼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손금엔 별의별 게
다 있다. 일하느라 손이 쭈글쭈글해져 그런지, 결혼운이 있는 손금이 새로 생겼다고 하면서 어머니가 내 손을 보고 좋아하셨다. 최소 사랑한다고
해서 결혼이 성립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기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는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 2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중이다. 내 종교때문에도 있지만,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
바티칸 교황과 그 체계가 있는 만큼 그만큼 확실한 기부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성인 김수환 추기경님이 세우고 직접 초대
이사장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기부하는 데엔 변명이 필요없다. 인터넷이 잘 되서 크라우드 펀딩이 생기질 않나, 요즘처럼 기부하기 좋은 때도
없다. 사회가 이렇다 저렇다 불평만 해대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해라.
김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