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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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 울지 않으면 눈물은 무엇 때문에 있는 게요?

 

  

이 말을 한 사람 아니 영혼은 어떤 사람을 배신하려다가 밀고당하여 자식 손자들과 함께 감옥에 갖힌 우골리노의 말이다.

그는 굶주림을 견딜 수 없어 아사한 자식 손자들을 먹으면서 연명하다가

지옥에 가서 그 복수로 자신을 밀고한 주교의 머리를 뜯어먹는다.

 

 마치 그리스의 비극 한편을 보는 듯한 그의 이야기, 그리고 그의 이야기를 듣자 그를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연민을 품는 단테의 모습은 신곡의 모든 내용을 축약시켜주는 듯하다. 게다가 그리스와 로마와 피렌체의 역사가 뒤범벅이 되어있는 그 복잡한 이야기의 배경 또한 신곡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대목이다. 솔직히 명문장은 많지만 설명이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서 어떤 대목을 올려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짧고 이해하기도 쉬운 이 문장을 올리게 되었는데, 왠지 부기팝에서 이 대사를 따온 것만 같다. 아무튼 자식과 손자들에게 먹일 것이 아무 것도 없는 우골리노의 신세는 어쩐지 가난한 집안의 가부장을 연상시키게 한다. 사람들에게 제일 공감이 가는 글귀라고 여겨졌다.

 지옥의 제일 밑바닥은 손님을 배신하는 이들과 유다가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엔 불바다와 유황이 펼쳐졌지만 지옥 밑으로 내려갈수록 혹한이 펼쳐지는데, 우골리노도 이 혹한 속에 남겨져 있다. 이 다음에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눈물이 얼어붙어서 흘러 내려가지 않고 눈에서 얼어붙어버리는 사람이 등장한다. 냉혹한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유다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한때는 미모를 지녔으나 지금은 못생겨진 타천사가 흘리는 눈물은 우리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하다.

 아마도 난 착한 사람은 아니니 죽어서 지옥에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지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옥에 있는 피렌체 사람과 정치 이야기를 주고받는 단테를 보면서, 왠지 허탈해졌다. 우골리노 다음에 나온 영혼의 말로는 가끔 죽은 사람이 지옥에 떨어지기 전에 자신의 육신에다가 마귀를 대신 집어넣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현세가 지옥과 무엇이 다른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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