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경향 2008.12
레이디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화해, 일치, 평화라는 하느님의 은혜들은 회심의 은총과 분리될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회심이란, 한 개인으로서 그리고 하나의 민족으로서, 우리의 삶과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새로운 변화를 의미합니다.

 

 1.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행복으로 우리의 마음을 가득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보여주도록 요청하십니다. (...)" 따라서 기도는 형식과 습관화가 아니라, 이웃에 대한 애절함과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애절함은 하느님의 관점에서 자신과 공동체를 바라볼 수 있는 통찰력을 말한다. (...) 그런 자비 체험은 우리를 나의 것, 우리 공동체의 것에 집중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게 하고, 낯설지만 희망이 넘치는 새로운 삶의 양식으로 나아가게 한다. 이것이 바로 가난의 실천이다.

 - 문득 존댓말이 딱히 동양에서만 전해지는 관습이 아니듯이, 성선설도 딱히 동양에서만 전해지는 이론이 아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인간이 태어난 것 자체가 원죄라는 말도 있지만, 한편으로 사람의 안에 예수님(혹은 하느님)이 있다는 생각은 비공식적으로 개개인들에게 전해져 내려왔다.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관점이란, 인간의 내부에 있는 그 하느님의 관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난 지금 비종교인이 이 어려운 시대를 어떻게 버티는지 의문이다. 그만큼 개개인이 강해졌다고 해석해도 좋겠지만, 내부의 어딘가는 외로움과 초조함으로 무너지고 있는 게 아닐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일 수밖에 없고, 한가지 목표를 강하게 밀고 나가는 단체란 것은 정말 소중하며, 그 목표는 오랜 전통이 있을수록 견고할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2. 본당 활동을 열심히 하고, 각종 신앙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지만, 사회적 현안과 아픔에 무관심한 이들이 많다. 물론 이런 활동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자신의 영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동기로만 활동할 때, 문제가 생겨난다. (...) 영적 세속성이 "다른 모든 세속성보다 더 엄청난 재앙"인 까닭이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썩어간다.

 - 세상이 시끄럽다보니 성당도 시끌벅적하다. 대부분은 신도들보다 좀 더 많이 배운 신부님들이 진보적인 성향이 있다. 하지만 신자들 대부분이 보수 노년층이다보니, 간혹 조용한 말다툼이 벌어질 때가 있다. 특히 신부님이 할말 다 할 수 있는 강론 때 이야기는 더 흥미진진해진다. 한 마디만 하겠다. 다른 종교들과 비교하는 데 유독 천주교가 민감한 데가 있다. 우리가 뭐 사람들 도와주는 걸로 돈을 받아먹는 기독교도 아니어서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되려 난 그럴수록 더 당당하게 더 비교해가면서 구호활동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 어쨌던 여타의 다른 종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김원일의 푸른 혼이란 소설은 인혁당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아마 국가보안법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이 인혁당 사건에 연루된 무고한 청년들일 것이다.

 

 3. 인간의 상상력을 탄압하는 것은 인간 존재의 의의를 훼손하는 폭력이다. 인류의 역사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양심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로 말미암아 이어졌다고 보면 국가보안법은 이제 철폐되어야 한다.

 -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대담한 이론이라 생각된다. 나도 사실 부모님에게서 받은 잡지라서 이 잡지를 어떤 방식으로 손에 넣는지 그 방법을 잘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부모님께 다시 물어봐서 다음 리뷰 때 이 잡지를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을 세세하게 적겠다. 이 발언 한 마디가 지금, 개그콘서트의 한 프로그램과 심지어 무한도전마저 압박을 받는 이 시대에, 얼마나 값진지 생각해 볼 만하다. 당연한 것 아닌가? 통일을 하면 국가보안법은 무용지물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께서 정말 통일을 원하신다면 이 국가보안법부터 철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지금 이 말을 못하고 쩔쩔매고 있는가? 인혁당 사건에 이어 세월호로 또 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다. 아직도 이 나라 대통령이 정말로 정치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가? 여당은 어떤가? 진짜 보수적인 인간들이 한 사람이라도 거기에 존재하는가? 아니, 애초에 감정있고 사람같은 '것'이 거기 있는가? 야당에서 쓰레기 냄새가 난다면 그 쪽은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4.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에게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라는 번역에서 '잘못'에 해당하는 그리스어를 직역하면 '빚'이다. 이 청원에는 '죄'가 '빚'이라는 은유로서 표현되어 있다. '죄를 짓는다는 것'을 빚을 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남아있다. 이렇게 죄를 '빚'으로 이해하는 것은 아람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호바'라고 발음되는 아람어는 '빚'을 뜻하기도 하고, '죄'를 뜻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용서하다'라고 번역되는 그리스어 동사는 '(빚을) 탕감하다'라고 번역될 수 있는 단어다.

 - 대체 이 나라 정치인들은 얼마나 국민들에게 물질적으로 빚지고, 정신적으로 빚지고 있는가.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고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면서도 몸사리기 바쁜 몇몇 사람(정치인 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도.)들을 보면 통탄할 일이다. '진짜가 나타났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요새 젊은 사람들이 철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좋은 일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좋은 일이 아니라 생각하는 이유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큰일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음으로 인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근본적으로 씻을 수 없는 죄를 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통일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만, 남한의 이 개탄할 만한 현상들을 보면 차라리 통일되서 싹 갈아엎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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