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5.6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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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몸이 아플 때도, 마음이 아플 때도 느티나무를 올려다보며 위로를 받는다. 우울할 땐 새를 보며 명랑해지라고, 답답할 땐 바다를 보며 시원해지라고 그는 내게 말해주었지. 어떤 고통이 있어도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어떤 실수로 너무 부끄럽고 숨고 싶을 때는 '괜찮아 괜찮아 다음부턴 잘하면 되잖아'라고 다독여주곤 했다.

 

 

 

 

 

  

깊숙한 안방 부드러운 베갯머리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가까이 하는 것을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 오직 석가모니가 가장 좋아하지만 이별과 그리움이 두렵기에 처음부터 사귀지 않았네.

 

 이 책은 만남과 이별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무와 꽃에 들어서 한 권에 다 담고 있다. 느티나무 이야기는 이해인이 썼지만, 꽃에 관한 이야기는 박수밀 한국 고전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말이다. 굉장히 서정적인 글귀라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담아봤다. 게다가 내가 요즘 꽃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은가?

 분명 여인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데 왠 꽃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할말은 없다. 원래는 긴 글을 임의대로 잘랐기 때문이다. 꽃을 매우 좋아하는 이옥이라는 학자가 있었는데, 봄에 밖에 나가서 꽃놀이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사람이 이옥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그는 저런 비유를 들면서 꽃이 비바람에 의해 떠나가는 장면을 두려워해서 밖에 나가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굉장히 바보같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조선 시대의 남자가 저런 말을 할 줄 안다는 데 대해서 깜짝 놀랐다.

 인생에서 좋았던 순간은 언제나 한순간이다. 그 시간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기간은 짜증날 정도로 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겪었던 그 위협과 굴욕의 순간이 지나면,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아올 숭 있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매우 좋아한다. 안타까움에 전전긍긍하면서도 '신 포도'라도 되는 마냥 그것을 욕하고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포기해버리는 그런 찌질한 사람은 별로.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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