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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15주년 기념 개정증보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바람이 하도 강렬해서 그것이 마음 속 한구석에서 아주 '실재'가 되어버리는 것도 그리 해로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다 (그래 봤자 그 사람에 관해서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바라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덧붙여 그것들을 조각이불처럼 만든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소파에 그 이불을 뒤집어쓰고 드러눕는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유치원에서 공부를 하고,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실컷 놀았으면 차라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물론 어떤 사람들은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 글쎄, 사실 대기업에 취직해서 월급이 아니라 연봉 제대로 받고 계속 자기계발(?)을 위한
공부를 하면서 바쁘게 살았더라면 나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하지만 어차피 원래부터 그렇게 어딘가에 속박되어 사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므로 넘어가기로 하자. 결국 내 목표는 체계적인 직장이나 돈이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으니 말이다.
이 책은 사실 상당히 오래된 책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 책을 고를 선택권은 없었다. 그저 이 책은 우리 집 책장에 진열되어 있었다. 대충
읽어보니 그림은 상당히 재미있었지만, 당시 유치원생이었던 나는 이 할아버지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글은 유머감각이
있고, 일상생활에 관해서 이야기하지만, 그 깊은 의미를 들추어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정말 유치원 때 이 책을 읽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후에 정말 성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유치원 시절, 난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프로그램을 상당히 좋아했다. 책 보는 시간 외엔 그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몇 번이나 돌려서
봤었다. 그래서 유치원 애들 대부분이 하나 둘 셋이나 뽀뽀뽀를 본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난 좀 동떨어져서 있는 편이었다. 그 프로그램이 왜
재밌었는지 어떤 녀석이 물어봐도, 나도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난 정말 혼자서 제대로 서 있고
싶었다. 누가 기대도 쓰러지지 않고, 상록수처럼 그린그린하게 박혀있고 싶었다. 지금은 약간 불안정하긴 하지만, 제대로 서 있는 것 같긴 하다.
이 책은 나한텐 일생을 버티면서 살아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책이다. 이 책은 유머감각으로 우리의 마음을 풀어놓게 만들면서도, 세상사는
방법을 제대로 통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