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선언 - 탈핵부터 프레카리아트까지, 녹색당이 필요한 7가지 이유
녹색당 기획, 김종철.하승수.이보아 외 지음 / 이매진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노예적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어쨌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그때 필요한 중요한 삶의 기술은 끊임없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진실을 찾으려는 힘은 퇴화되고,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고립되고 조소를 당하며, 때로는 냉소 혹은 저주의 대상이 될 뿐이다. - p. 19

 

 

녹색당을 표현하는 구절은 한 군데도 들어가있지 않지만 아마도 녹색당의 이념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게 이 그림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발간되서 녹색당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진열대에 깔리고, 내가 그것을 구매하고 싶어 안달할 때가 엊그제같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렀고, 녹색당도 많이 변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에서 아는 지인에 의해 풍문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녹색당은 결국 여론을 따르는 길을 선택하다 세월호 참사에 완전히 밀렸으며, 곳곳에서 나오는 '우리 아이' 발언에 의해 진보적인 청년들이 대거 등을 돌렸다고 한다. 무슨 소린가 하면, 이미 진보를 지지하는 청년층들에서는 나이주의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녹색당에 워낙에 꼰대들이 많다보니 말조심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노년층이라면 모를까, 장년층들에게 밀려 하루 벌어먹고 살기 힘든 청년들에게 '가난하게 살자'라는 구호는 너무나 낯선 개념이었다. 나는 이 비판에 관해선 순전히 반반의 의견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서도 항상 달고 다니는 '우리 아이'라는 단어는 나도 심히 반발한다. 하지만 후자는 경제순환에서 벗어나자는 녹색당의 이론이므로,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일단 난 이 책을 보면서 녹색당이 당으로 성립되지 못하는 이유를 분석해보았다.

 1. 채식과 탈핵 빼고는 여러 정당과 의견이 겹친다. 이는 녹색당이 갑자기 사회의 여론을 얻었을 때 정치인들이 '녹색'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것과 무관하진 않다.

 2. 그래서 채식과 탈핵에 매달리는데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지치는 사람들은 활동에서 멀어진다. 물론 교대로 1인 시위를 하는 등의 활동을 하긴 하지만, 워낙에 사람들이 조용해서 그런지 아님 활동 자체가 별로 재미없어서 그런지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3. 물론 올바른 이론들을 주창하고는 있으나, 채식을 하면 치맥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계에서 멀어지는 건 사실이다. 탈핵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당장 전기로 먹고사는 사람들 등 직업군에서 녹색당을 눈엣가시로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난 그것 때문에 전 남친하고 싸우다 헤어지기까지 했었더랬다.) 그 당장의 불편감을 넘지 못하여 탈퇴하는 사람들도 많다. 아이러니하지만 녹색당이 성장하려면 우리나라는 아직 몇 번의 시련과 환경재난을 겪어야 한다고 본다.

 4. 녹색당 내부의 엘리트 정신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이다. 이 책에서도 '닥치고 탈핵' 방송이야기가 나오는데, 솔직히 그 분야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 빼고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는 전문단어를 쓰느라 방송시간이 다 갔다. 게다가 40대는 넘는 엘리트 아저씨들(소위 청소년 계열에선 꼰대라고 한다.)이 주인공인데, '닥치고 정치'의 김어준도 남성우월주의로 비판을 받는 판이다. 아니, 그나마 김어준은 쉬운 언어들을 써서 이야기를 명확히 전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솔직히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방송을 내보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녹색당 상근자들 중 여성리포터를 내세워 현장을 발로 뛰는 방송을 하면 모를까.

 최근에 녹색당에서 '행복하려면 녹색'이라는 책을 냈는데 그것도 또 40대 엘리트 남성 두 명이 엮은 책이다. 다음엔 녹색당 외부에서 녹색당을 보는 사람들의 의견을 책으로 내길 바란다. 이 책의 공동집필자 중 보아 씨의 말처럼 '그렇게 반대의견이라도 말해서 녹색당에 보탬이 되는 사람들은 사방에 있다.' 나만 해도 활동은 접었지만 녹색당에 큰 영향을 받아 귀촌했고, 후원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녹색당은 이미 나에게 있어선 큰 변화를 일으켰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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