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원성 글, 사진 / 이레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언젠가는 우리의 삶도 모든 이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겠지.
피어오르는 향이 향기를 건네주고 재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그러나
생은 그렇게 또 다른 숙제를 안고 시작되지.
고통스럽더라도, 괴롭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말고
참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결코 포기하지 않고.

- 고귀한 말씀 중 일부 p. 259

 

 원성 스님은 좀 특이한 이력을 갖고 계시는데, 17살 때부터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서 반강제로 출가하였다. 원래는 자식들 모두 스님이 되게 하고 싶었으나, 이미 머리가 크고 세속에 물든 자식들이 어머니의 말을 들을리 만무했다. 결국 자신의 의견을 선뜻 말하지 못하는 성격의 막내가 대표로 출가를 하게 된 셈이다. 동자승 그림과 시를 처음 짓던 시절 원성 스님은 '출가'라는 시를 지어 그 당시의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술회하고 있다. 게다가 유독 조그맣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는 원성 스님과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는 엄격한 스님들과의 충돌도 몇 번 있었던 듯하다. 그가 얼마나 마음 고생을 했을지 느껴진다. 비록 자신의 적성을 찾아서 성공을 했다지만 그의 시집 이름인 <거울>같이 투명한 그는 작품에서 내내 내적 갈등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원성 스님과 함께 비구니가 된 어머니와 함께한 인도여행은 불교와 어머니에 대한 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정리하도록 도와준 듯하다. 불교관련 서적이라 인도 사원을 순례하면서 정진을 다짐하는 내용도 있지만, 역시 세상 일에 관심이 많은 원성 스님은 인도 시장이라거나 사람들의 모습을 촬영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다가 두 다리 없이도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구걸하는 소년 리키를 만나 기나긴 시를 쓰는가 하면(정말 인상깊었는지 소년의 사진도 10장 정도 올렸다.) 갠지스 강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고 감탄하기도 한다. 인간사엔 여러가지 사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온 듯 그의 시는 꽤 차분해졌다.



개인적으로 인도를 여행한다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갠지스 강이다. 


 특히 원성 스님이 찍은 어머니 사진이 매우 아름다웠다. 사원의 문 닫는 시간도 잊어버리고 인도의 석상 하나하나에 다 절을 하는 열정어린 모습도 숨김없이 화면과 글에 담고 있다. 그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시 중에 하나가 위에 있는 '고귀한 말씀'이다. 그림공부를 하겠다고 영국에 갔다가 돌아온 그가 쓴 소설 도반을 볼 때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여행을 해야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듯하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