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 말씀의이삭 1
최인호 / 샘터사 / 1995년 9월
평점 :
절판


죽음이 우리들에게는 멸망이요 작별이며 떠돌며 우는 슬픈 일이지만 주님에게 있어서 죽음은 부활이며 영원한 만남이며 다만 잠을 자고 있는 것일 뿐입니다.
(...) 주님에게 있어 죽음은 다만 영적으로 '죽은 자'를 말할 뿐입니다.- p. 299

 


 


역시 난 오덕이라 이 책 제목을 보면 성경보다는 천원돌파 그렌라간이 생각난다 ㅋㅋㅋ


 딴 길로 새나가는 것 같지만 이 썰은 꼭 풀어나가야겠다. 문학작품에서도 돌연 성경에서 인용한 구절이 튀어나오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에도 성경구절이 문득 튀어나올 때가 있다.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종교가 뭔지를 떠나 불교 경전이나 성경이나 베다를 읽은 적이 없다면 그건 그냥 헛껍데기에 다름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런 걸 보고 잉여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너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라는 구절이 그렇다. 사실 전체 문장은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그렇다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이다. 이는 예수가 제자들에게 던진 질문으로서 첫번째 질문엔 여러가지 답변이 있었지만, 두번째 질문엔 단 한가지 대답뿐이다. "스승님께서는 살아계신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십니다." 정신적 지주인 카미나 형이 세상을 바꿀 혁명을 이루려다 죽자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인 시몬은 큰 좌절과 실망을 겪지만 결국 자아를 찾고, 형이 이루려는 혁명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생각하는 혁명을 이루려 결심한다. 이 대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지만 정작 이 대사가 성경에서 나왔음을 아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발브레이브의 신부설도 마찬가지로 성서에서 나온 것이다.

본인도 BL인지 잠시 헷갈렸으나 나중에 영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성경을 인용한 것임을 알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것은 예수가 아니라 세례자 요한의 말이다. 예수의 제자들이 세례자 요한이 살아있을 적 사람들에게 세례를 베풀었기 때문에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 사이에 미묘한 경쟁이 붙었던 적이 있었다.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스승에게 예수의 행위를 고자질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신부를 차지하는 이는 신랑이다." 예수님이 하느님을 신랑으로, 신자들을 신부로 비유한 구절도 여럿 있기는 하다. 그러나 카인이 프루를 숭배하듯이 다루는 것을 보건대 절대 프루를 자신의 종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므로 세례자 요한의 말을 인용한 게 틀림없다.

 이 책은 신약성서 중 유명한 글귀들, 특히 4개의 복음 중 가장 어렵다는 요한복음을 가장 많이 해설해놓은 책이다. 성경구절을 적어놓고 옆에 관련있는 그림을 달아놓은 뒤, 다음 장에 소설가 최인호의 해설이 적혀있는 식이다. 에반게리온에서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의 대사 중 성경의 구절을 상황에 맞게 적절히 달아놓는 게 트렌드인 것 같다. 서브컬쳐를 보는 사람들도 고전이나 경전을 한 번쯤 눈여겨보시길 바란다. 재미가 두 배가 된다.

 

김정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