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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채근담 - 마음의 사색
한용운 지음, 성각 스님 옮김 / 부글북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기운과 절개가 넘치는 자는
마땅히 덕성으로서 편협함을 융화시켜야 한다.- 덕을 키워라

한용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건 시 작품밖에 없다. 그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 하나를 올려본다.
만해 한용운은 '님의 침묵' 등 사랑의 시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 시를 우리가 이단(?)으로 취급하지 않는 이유는 그 내부에 종교적인 메시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요즘 불교가 힐링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은 다시 불교에 정진하고 있지만 트위터와 페북에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짤막한 글귀와 사진으로 일약 스타가 된 혜민 스님, 동자스님 그림과 함께 시를 씀으로서 조용히 팬층을 만들어낸 원성스님 등이 그들이다. 물론 기독교라던가 천주교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차별받는 동성애자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개리 피터슨 같은 목사님이 있다. 용서하라는 교리를 가르치는 성당 자리에 앉아 마음을 꽁꽁 얼리는 사람들에게 '용서가 안 되면 그냥 용서하지 말고 맘껏 미워하세요.'라고 말하는 홍성남 신부님도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원래부터 좀 따로따로 노는 성향이 강하고, 천주교는 위계 체계가 다른 종교보다 확고히 잡혀있는 편에다 공동체를 어느 정도 의식하는 편이다. 그러고보면 '어느 누구나 수행하면 보살이 될 수 있다'라는 자기계발이론같은 이론에서 시작한 불교가 지금 시대의 힐링에 가장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서 정보를 습득하고 처리하기 쉬워진 시대인지라 대체로 사람들은 타인과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아파하느니 혼자서 자기 내면에 파고 들어가 불모지를 일구는, 개척같은 힐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용운은 불교식 힐링의 선구자인지도 모르겠다. 본인은 여러모로 좋아하지 않는 곳이나 어쨌거나 설악산 백담사는 한용운과 연관되어 있다. 그곳의 템플스테이라던가 여러가지 행사는 강원도에 널린 여느 절들과 달리 문학가와 문덕들의 시선을 끄는 요소가 있다. 여러가지 체험학습이 이어지는 만해마을은 점점 더 형편이 좋아지고 있다. (아시는지 모르지만 그 만해마을도 백담사꺼다.) 나는 그것이 최근 힐링이라는 개념의 흥함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누가 말했듯이 힐링과 웰빙의 개념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제강점기부터였는지 6.25 전쟁부터였는지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 때부터였는진 모르겠지만 한국인은 이제 흥이 사라지고 한만 뿌리깊게 남은 족속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리뷰를 쓰고 있는 이 책이라던가 조선불교유신론 같은 책들을 보면 그의 힐링에는 근본적인 사상과 철학의 뿌리가 깊게 박혀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분은 불교사회주의에 온 몸을 바친 분이셨다. 그렇다고 해서 마르크스 사상과 연관있는 건 아니고... 몇 가지 논문 제목만 찾아봐도 금새 알겠지만 한용운은 장자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이며, 장자는 중국의 전무후무한 아나키스트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불교사회주의는 생태 아나키적 사유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무난할 것이다.
힐링의 상품화를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실제로 나는 '님'이라는 단어를 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세태를 볼 때 한용운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고 싶었다.
그나저나 이게 한 권이 아니라 2탄이 있다는데 도서관엔 없다. 지를까 말까 생각중이다...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