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검의 폭풍 1 얼음과 불의 노래 3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요?"
"어디든 따뜻한 곳으로 가려무나."- p. 774

 

 고등학생 시절 제대로 된 판타지 책을 찾다가 이 책을 펼쳐든 적이 있었다. 세간에선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도 있었지만, 해리포터는 스토리가 갈수록 산으로 가는 기분이었고 (무엇보다 초챙이란 캐릭터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지의 제왕은 설정을 달달 외우려 노력했지만 결국엔 지루해졌다. 영화 쪽이 정리가 더 깔끔히 되는 기분이랄까. 1권까지만 보고 도저히 다음 권을 집어들 기분이 나지 않아 덮었다.

 두께는 훨씬 두껍지만 차라리 이 책이 더 읽기 쉽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연대기 순이 아니라 국가와 가문을 강조한 관계로 캐릭터들만 외우면 대강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는 구조이다. 대충 성씨만 들으면 으레 이 캐릭터 성격은 이러저러하겠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아니, 그렇다고 반지의 제왕처럼 선과 악의 편이 뚜렷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 많은 선한 주인공들'을 작정하고 외울 필요는 없다. 이 책에서 악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라니스터 가문 안에 작가가 최대 편애하는 임프 티리온이 속해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작가의 아낌없는 편애로 인해 드라마에서도 훈남 배우가 맡음.

 

 처음에는 이 캐릭터를 제일 좋아했었다. 몸이 불구인 것을 빼면 정말 나무랄 데가 없는 캐릭터였다고나 할까. (사실 이 책을 한동안 읽은 이유도 티리온이 죽을 것 같아서였다.) 근데 문제는 이번 성검의 폭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코가 반 이상이 잘린 상태에서 깨어나보니 전쟁에서 이긴 대가는 고스란히 빼앗겨있고, 샤에와의 결혼은 취소되고, 무엇보다 산사와 결혼하게 되다니 ㅠㅠ 스타크를 좋아하지만 티리온도 좋아하는 이율배반적인 팬들은 여기에서부터 심대한 갈등을 느끼기 시작했을 것이다. 솔직히 난 스타크 가문을 좋아한다고 해도 산사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역시나 폭풍 실망 ㅋㅋㅋ 넌 그나마 티리온에게라도 결혼한 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단다 산사야. 산사 스토리따윈 '조프리에게나 가버려!'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는데, 뜻하지 않게 티리온 수난시대의 종착점이 될 줄이야... 대체 대니도 그렇고 티리온도 그렇고 정신상태 멀쩡한 사람들이 제대로 된 애인 만나는 건 왜 그리도 어려운지... 신은 공평하시다?

 이번에 티리온보다는 샘웰의 대사가 아주 눈부셨다. 아더를 물리친 것은 차지하고 그의 착한 마음씨는 아더가 몰려오고 전쟁 위기가 나고 개판 오분전 상태에서도 빛을 발했나보다.

 아무튼 존 스노우와 아리아와 브랜과 자이메가 꼬리를 물고 남쪽으로 향하는 장면이 각각 겹쳐져서 나타나는 게 매우 재밌었다. 주인공들이 만나면 장면전환이 어떻게 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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