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하는 내 마음 다시보기
혜민 지음, 이영철 그림 / 쌤앤파커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를 미워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람을 닮아가요.
마치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 욕하면서도
세월이 지나면 그 시어머니 꼭 닮아가듯,
미워하면 그 대상을 마음 안에 넣어두기 때문에
내 마음 안의 그가 곧 내가 됩니다.
그러니 그를 내 마음의 방에 장기투숙시키지 마시고
빨리 용서한 다음 바로 쫓아내버리세요.- p. 54

 

 우리나라에서는 '육시를 할 놈'같은 끔찍한 욕을 일상적으로 쓰는 전통(?)이 있다보니, 원수라는 단어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을 망치기도 쉬운 일이 아니며, 어떤 사람을 평생토록 증오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은 그럴만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잊혀진 원수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고로, 잊혀지지 못한 상처와 분노를 다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기껏 위로해봤자 '야 그런 것 때문에 여태껏 화내고 있었어?' 따위일 것이다. 게다가 예수님은 '네 원수를 사랑하라'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성인군자의 레벨에서 할 수 있는 소리로만 들릴 것이다. 이 글에서 혜민 스님은 '빨리 용서한 다음 바로 쫓아버리세요'라고 말하고 있다. 얼핏 보면 성서에서보다 쉬워보이지만 스님께서는 또 다른 조건을 더 내세우신다. 분노한 자신의 마음, 용서하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감정을 이해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원칙 등의 자기개발 책에서도 항상 그런 말이 나오지만, 어감이 다르다. 다른 책들에서는 '정지 버튼을 눌러라' '자신을 억눌러라' 따위로 딱딱하게 무엇인가를 할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과제를 주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 책을 읽고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무의식중에라도 느끼게 되며, 그에 따른 부담감이 가중된다.

 이 책은 다르다. 얼핏 보면 매우 짧고 아주 쉬운 것 같으면서도 그 어려운 요구가 그 속에 들어가있다. '감정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아까 전의 요구보다 더욱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게다가 글 사이사이에 있는 평온한 그림을 보다보면 안락하고 편안한 곳에 가만히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마 이런 식으로 마음을 지켜보라고 '권유'하는 듯하다.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갑자기 평생에 걸쳐서 미워하는 원수를 용서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잠시 멈추어서, 내 마음 속을 거울로 들여다보는 시간 정도는 될 것이다. 본인은 어제 아침에 출근하기 전 화장하고 준비하는 새에 이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내 마음을 단장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스님도 알고보면 범인은 따라갈 수 없는 성인군자이신 것 같다.

세속에 섞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명상할 수 있는 저런 일이 가능하다니!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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