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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미쳐봐
임요환 지음 / 북로드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자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이 잘 지내는지,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부모가 도통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친구가 없는 내성적인 아이라면 게임 중독에 빠질 가능성이 더 높다. 왜냐하면 인터넷을 통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p. 203

그나마 린샹 없었으면 이런 짓은 안했음. 호랑이랑 개는 쳐다도 안보고 린샹에게 템빨 올인하는 편애게임을...
아무튼 한 달에 두세번, 그것도 남친 만날 때만 게임을 손에 잡는 나한테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승리를 중요시하고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올인하는 임요환 씨가 인상적이긴 했지만, 승리도 성공도 중요치않고 모든 일을 골고루 도전하고 싶은 나에겐 그렇게 뼈있게 다가오는 소리는 아니었다. 사실 난 그가 그렇게 승리에 집착하는 게 좀 무서워보이기까지 했다. 그나마 간호조무사로 취직한 나의 모습과 관련해서 그와의 공감대를 형성할 따름이었다. 일단 간호조무사도 개인 병원에 가면 그래도 환자들에게 간호사 비슷한 취급을 받긴 한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만 해서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하여 개인적으로 모욕을 주는 사람들은 꼭 있게 마련이다. 난 대학교육까지 받고 이 일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런 모욕을 당한 적은 없지만, 대학졸업자를 간호조무사로 받지 말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유달리 차별이 심한 우리나라 사회의 문제가 제일 크겠지.
책에선 파릇파릇한 25살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32살 이 얼굴이라니;;; 남일 같지 않다.
임요환 또한 마찬가지이다. 특히 2004년에 씌여진 이 책을 읽고 선수의 옷을 벗고 코치로 뛰고 있는 30대 임요환을 보면, 그가 그렇게 된 과정을 보면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은 것만은 확실하다. (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하면 동경의 눈으로 쳐다보면서, 그 대상이 게임이라 하면 당장 차별의 눈을 들이댄다. 분명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임요환의 시대는 끝났어. 게임만 붙잡고 있었으니 이제 선수생활 끝나면 뭐 할게 있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자신은 게임에 대한 차별을 가지지 않았다고 멩세할 수 있을까?
거지에서 부자까지 누구나 선입견을 당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임요환은 그 와중에서도 자신을 냉철하게 성찰할 줄 알았고, 자신은 프로게이머이며 (승리중독자일지언정) 게임중독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렸다. 많은 것을 희생하고 많은 시간을 기다리며 승리할 '무대'를 찾은 끝에 이루어낸 결과이다.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사람들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자신을 알리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그의 속말을 난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니 부모님들이여, 차분한 생각을 권유할 망정 아이들의 꿈을 꺾지는 말자.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