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의 주인 28
히로아키 사무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자신도 모르게 독에 물들 바에는 스스로 독을 뒤집어쓰고 살아가. 그게 안되면 차라리 겁쟁이로 살고.

 

 한 어린 여자아이가 100인을 죽인 적이 있는 무사에게 접근한다. 그녀의 목표는 복수. 그녀는 한 때 사무라이의 집안에서 행복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일도류라는 문파때문에 가족들이 모조리 죽어 천애고아가 되었다. 그래서 일도류의 근원, 아노츠 카게히사를 죽이기 위해 무사에게 부탁하러 온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에, 마침내 자신의 최후 재산인 몸뚱이를 내놓겠다 선언한다.

 

 

그리고 100인을 죽인 범죄자 만지의 싸닥션 작렬.

아무리 여동생같이 보여서 만류하느라 그렇다 하지만 아노츠도 안 건든 여자애한테 전력으로 싸다구 작렬이라니 좀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아무튼 동정심은 끌어냈는지 강한 인간과 싸우고 싶다고 중얼거리며 같이 동행하는 만지.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작가는 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암과 근육의 강약을 확실히 살린 예술적인 전투씬으로 장안의 화제가 되었지. 이전부터 고어포르노물을 그린 작가라지만, 사람의 머리와 내장이 칼 끝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장면을 보면 그저 할 말이 없어진다. '실제로 보고 그리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리얼함. 후반기 가서는 러프가 추상적으로 변하고 인물윤곽이 더 뚜렷해지는데 그것때문에 전투씬에 긴박감이 더욱 살아난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무술교본을 보는 것같이 동작의 흐름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현대미술같은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100인을 죽였다는 만지는 불사신이다. 3X3 eyes의 야크모같이 머리가 깨끗하게 잘려도 살아나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던 어떤 노인에게서 벌레를 주입받은 뒤로 어느 군데가 푸슉푸슉 썰리던간에 깨끗이 재생된다. (치명적인 상처인 경우엔 쿨타임이 적용되지만.) 베가본드처럼 철저히 일본 사무라이의 체계를 구성해낸 책이 아니라 어딘가 약간 판타지적인 구석이 있다는 소리다. 특히 여자닌자의 경우엔 몸의 윤곽선에 맞춰 독특한 스타일의 닌자복을 구성해낸다. 이렇게 약간의 작가관을 추구해서 그런지 책 전반에 비현실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여자닌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작품 중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싸움은 물론 걸파이트도 인기를 끌어서 후반기엔 가끔 이런 그림도 나온다.

만담에 맛을 들였는지 가끔 팬서비스같은 후기만화도 그리고... 

 

 아까부터 잔뜩 그림이야기만 하지만 무한의 주인은 내용도 결코 다른 만화에 뒤지지 않는다. 그 스토리를 끌고 나가는 데엔 의외로 사무라이들보다는 여성들의 활약이 상당히 크다. 일단 여주인공 린부터가 오지랖이 굉장히 넓어서 어느 한 사람 안 챙겨주는 법이 없다. 오히려 자신을 지켜주는 만지가 생체해부의 위기에 처했을 때 구출해주기도 하는 등, 중후반엔 굉장한 활약을 했다고 해야 하나. 아노츠 카게히사를 사랑하는 마키에도 마찬가지다. 만약 일도류가 제대로 사당을 차렸다면 안주인 역할을 제대로 했을 것 같다. 특히 28권에선 정부 관리들조차 지릴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인다. 하쿠 린도 강간당해서 임신했지만, 그 아기를 낳기로 결정하는 등 대단한 결심을 한 여자고. (중요한 건 그런데도 싸움터에 나가 엉덩방아 찧어가면서 싸운다는 거. 낙태되면 어쩌려고...)

 아무튼 이야기가 1:1로만 싸운다는 상당히 특이한 단체 일도류를 쫓다보니 아노츠 카게히사의 일생도 알게 되고 스토리가 그렇게 점점 커지면서 정부 관리에게 찍히는 등 상당히 개고생하는 남주와 여주 이야기라고 할까. 어찌 보면 '린의 수난기'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 듯. 후코우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 연인으로 맺어질 거 같으면서도 왠지 사이좋은 오누이로 끝날 거 같은 게 불안불안.

만지가 목숨걸고 지켜주고 가끔 선심쓴다는 듯이 공주님안기나 어부바도 해주지만,

아무래도 린이 만지를 더 좋아하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게 -_-

아무리 만지가 미중년아저씨 분위기를 풍긴다지만 저런 트러블메이커랑 얽히면 고생만 하는데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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