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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그렇다! 진정 그렇다! 이 거친 별은... 두 손을 부여잡고, 타오르는 눈으로 내 사랑하는 여인의 발 밑에 몸을 던지고, 몇 마디의 열정적인 문장으로 내가 태어나게 했던 별이다. 저 아름다운 꽃들은 이루어지지 못한 가장 소중한 꿈들이며, 저 격렬한 화산은 더없이 격정적이고 순수한 마음의 열정이다.- 말의 힘
한번 보면 잊혀질 수가 없는 인상이다...
위에 인상적인 구절에서처럼 서정적인 소설들을 쓸 줄도 알지만, 환상 편이나 풍자 편에서도 가끔씩 고어틱한 장면들이 등장하곤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재밌었던 건 열기구 시리즈였다. 열기구로 바다를 건너는 이야기, 열기구로 달나라를 가는 이야기 (전혀 낭만적이지 않으며 주인공이 일정 대기권에 올라가자 눈과 귀에 피를 쏟는 장면이 나오는 등 무지 리얼하다.), 2800년도에 열기구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이야기 등등. 연작시리즈로 등장하는 이야기와 과학이야기가 쏟아지는 걸 보고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에드가 앨런 포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 위를 날아다니고 싶었던 걸까? 근데 중요한 건 환상 편에서도 풍자의 요소를 살짝살짝 넣어서 인간들을 비꼬았다는 것이다. 풍자 편에서는 마치 물을 만난 듯, 제대로 코믹한 고어소설들을 쏟아내었다. 유머있는 B급영화를 만들고 싶은 분들은 참조해도 되겠다.
하지만 역시 풍자 쪽에서 좀 지루한 미사여구들과 허풍들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다. 아무리 소설이 허구라지만 허풍을 과하게 치는 소설은 역시 싫다;;; 에드가 앨런 포가 의도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김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