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위무사 1
초우 지음 / 시공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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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옛날옛적에 한 살수가 있었다. 그는 여러 임무들을 맡게 되다가 사혼유령검으로 10대 고수 중 한 명에 속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귀한 집 가문의 딸을 납치하는 임무를 부여받다가 이런저런 섬씽이 생긴다. (이게 중요한 스토리 같으므로 생략하겠다.) 어느날 갑자기 행방불명된 그녀를 찾아 헤메고, 그는 그녀의 호위무사로 잠입해 들어간다. 그러나 호위무사가 되는 데에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고자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 물론 저렇게 린노스케처럼 된 건 아니고, 영약으로 15년간 고자가 되어서 산다고 한다. 외택 즉 남자를 지킨다면 약을 먹지 않아도(고자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지만, 내택 즉 여자를 지킬 경우엔 섬씽이 생길 수 있으므로 당분간 고자가 되는 약을 먹게 한다. 그렇다고 여자를 보면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건 아니고, 요컨대 발기(...)만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아무래도 이 기이한 설정 때문에 이 소설이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보통 80~90년대 초반 무협소설엔 야한 에피소드들이 쏟아져내리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아예 주인공 자체를 거세시켜버리고 플라토닉 사랑을 진행시킨다. 용설아와 사공운의 러브스토리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결국 그들의 (엣찌 없는) 순박한 사랑에 눈물콧물을 쏟게 되는 것이다.

 문체는 전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딱딱함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 책을 읽다보면 선과 악이 모호해지는 캐릭터성, 치밀한 세계관 설정, 그리고 폭풍같은 흡입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을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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