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저 명언은 정말 스토리의 문맥과 그림을 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높으신 분들은 이걸 몰라요.(응?)
일단 표지와 19금 딱지를 봐서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성인만화다. 그러나 성관계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단 등장인물도 오랜 시절부터 소꿉친구였다는 고등학교 남학생과 여학생이며, 주 내용도 심하지 않은 소프트 SM이다. 남주 카오루가 (섭처럼 생긴 얼굴에) 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망상을 우연히 짝사랑하는 여주에게 실험해보는 내용이라고 해야 할까. 묘하게도 여주 나나는 그 상황을 '휴식'으로 해석하며, 부담스러울 정도의 인기와 무리한 일과로 억누를 수밖에 없는 '욕망'을 해소한다. 그 과정이 텍스트보다는 그림으로 풀어져가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고 할까. 작붕 하나 등장하지 않도록 인체의 뼈와 근육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 집념도 그렇고, 여성 섭으로서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도 그렇고. 일본 만화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단점을 전부 커버하는 작품이라서 신기했다. (이 만화 이름이 괜히 '나나'와 카오루가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이 책에선 SM이 너무 이상적으로만 등장해서 이 책을 보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이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원나잇 상대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라도 혹은 남편이라도, 주의하고 경계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상황은 언제든지 오는 법이다. 플레이를 할 땐 물론 섭은 자신의 몸을 포함한 정신까지도 돔에게 맡겨야 하지만, 육체적 고통이 온다면 반드시 신호를 주어야 하는 법이다. 그러나 그 체계를 설정하지 않고 무모하게 서둘러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돔이 개차반일 경우 그 신호들을 무시하고 섭을 반정도 죽여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상대를 잘 골라서 플레이를 하는 한편, 서로의 경계를 엄격하게 정해놓아야 하는 것이다. 성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뭐든지 도리는 지켜야 하는 법이다. 뭐 일단 성인판타지만화일 뿐이니 평가에서는 제외하겠지만.
P.S 사실 어떤 사이트에서 번역본으로 봤었는데, 운영자 분이 사이트를 폐쇄하셨다. 그리고 타치인가 뭔가하는 내 타입도 아닌 여자가 자꾸 나타나서 나나와 카오루 사이를 깔짝대는게 왠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삼각관계로 들어가려는 눈치이다. 그래서 적당히 읽기를 관두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