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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태 2011.11
자연과생태 편집부 엮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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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와 소주에 넣어둔 (고래회충) 녀석들은 오히려 더 활개를 친다. 고통스러워 하는 건지 활성화가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을 죽이는 효과는 미미한 것 같다. 간장에 넣은 녀석은 마치 간장의 바다에서 헤엄치듯이 활발하다. 생강 물에 넣은 녀석들도 활발하다. 이로 보아 회를 먹을 때 소주와 생강을 곁들여 먹는 정도로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p.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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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있는 글은 아무래도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자연과 생태>의 정병길 기자분께서는 실험코너를 담당하셔서 일상에서 발견하는 생물들과 관련하여 간단한 관찰을 하고 계신다. 그런데 그 실험 내용이 정말 '스펀지실험' 뺨치게 사소하고 재미있다. 이번엔 붕장어에서 고래회충을 추출하여 여러 액체가 들어있는 통에 넣고 어느 성분에 의해 취약해지는지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위와 같은 것이다. 내 설명만으론 재미가 없고... 꼭 사서 봐야 한다. 버스 안에서 생각없이 팔짱낀 채 글을 읽다가 '간장의 바다'라는 글귀에서 폭소를 참지 못했다. (참고로 난 개그콘서트 봐도 한 번도 안 웃는 녀석이다.) 버스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어느 곤충학회지같은 잡지를 들고서 실실 웃고 있는 나를 참 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아무튼 <자연과 생태>는 자연에 대한 많은 지식을 전달해줌과 함께, 재미를 제공해준다. 과학은 일자무식, 남들이 다 아는 생물지식을 그나마 갖추고 있을 뿐인 나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책이다. 이 잡지를 쓰는 기자들이 얼마나 생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면서, 그 열기가 나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나 대체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 고퀄의 사진들을 보면 직접 그 생물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번 호엔 짝을 찾아다니는 생물들의 사진이 많이 보여서,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가을이 오고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기사를 펼쳐보았다. 붉은점모시나비에 대해서 나온다. 수컷 개체수가 암컷보다 3배 많고 더 오래 산다는 사실이 밝혀졌댄다. 남자친구 왈, "수컷이 불쌍해요." 커플이라서 여유로운(?!) 우리는 한참 웃었다. 짝짓기를 놓치는 대부분의 수컷이 같은 상황에 처한 암컷과 비교해서 훨씬 초라해진다는 것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