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디에 있든 너와 함께할 거야 내인생의책 그림책 12
낸시 틸먼 글.그림, 신현림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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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씁쓸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도록 하자. 난 언제나 부정적인 이야기를 먼저 꺼낸 다음에 희망적인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이들에게 그림을 보여주면서 한창 읽고 있는데 어떤 아이가 요란스럽게 킥킥거린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코끼리는 바다에 살지 않아요." 라고 대답한다.  "물 좋아하는 코끼리는 바다에서 살 수도 있지." 라고 말했더니 "아니에요. 코끼리는 동물원을 더 좋아해요."라고 벅벅 우긴다. 왠지 슬퍼지는 순간이었다. 저렇게 이쁘고 똑똑한 아이들이 철창 안에서 쇠약해지고 병들어가는 동물들밖에 볼 수 없다니. (서울X드 구석엔 동물병원이 있다. 에버랜드는 철조망이 없는 대신 동물이나 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신체 부위 어딘가를 잘라놓는다.) 그림에서나마 자연 속에서 마음껏 춤추는 동물들을 보여주자. 아이들과 같이 마음껏 춤출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자. 요즘엔 돈이 없으면 살아있는 동물을 구경할 수조차 없을 지경이니. 
 언뜻 보면 팝아트같이 생긴 그림이다. 하지만 보면 볼수록 눈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더불어 감동마저 먹게 한다. 봄여름가을겨울이 온통 뒤섞인 자연의 한복판에서 자연과 벗삼아 놀고 있는 모습이 정겨워보이기까지 하다.
 글은 또 어떤가. 마치 자기 자식에게 말하듯 정성과 사랑이 가득히 담긴 글이 쓰여져 있다. 신현림 시인이 예상대로 잘 번역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가만히 소리내어 읽으면 마치 소곤소곤 귓가에 속삭이듯이 간지럽게 뜻이 다가온다. 하도 간단하다보니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듯 ㅋ 말 그대로 아이가 어디에 있던 무엇이 되던 함께 하고 사랑하겠다는 멩세이다. 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이 그림책에서 더욱 빛이 날 것이다. 목소리가 어떻든 상관없이 저절로 달콤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목소리가 이상해서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추천(?)  
 저자 프로필을 보았을 때 오 세상에 ㅋㅋㅋ 깜짝 놀랐다. 기린하고 딥키스하는 사진이 바로 정면에 떡하니 찍혀져 있다니. 동물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제인 구달이 생각나는 순간이랄까. 그러나 침팬지와 같이 살면서 인간세상과 차단된 생활을 했던 제인 구달의 저서보다는 동물과 인간이 같이 소통하는 이 책이 내게는 더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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