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야 산다 신부님의 속풀이 처방전 2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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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꽤 들어본 신부님의 책이라 덥석 집었다. 성경과 신앙생활에 대해서 적었으려니 막연히 생각하고 내용도 안 보고 집은 책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매우 다른 책이었다. 사실 컬러풀한 핑크와 노랑과 하늘색이 뒤죽박죽 섞인 표지에서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점도 특이했지만 이 분의 생각 자체가 매우 독특했다. 고스톱을 치는 하느님, 천국에서까지 사람들에게 시달린 나머지 홧병이 나 드러눕는 베드로 등 상상을 초월한 예시들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피식 웃음짓게 만든다. (지하철에서 애꿎은 승객들에게 분노하며 경건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수많은 신자 혹은 노숙자들은 이 책을 읽고서 뒷목잡고 쓰러질지도 모르니 유의하시길.) 가끔은 이 이야기들을 독자들의 위선을 후벼파서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부님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때문에 고통은 뒷전으로 내팽개치게 된다. '하하, 그렇지. 하나님도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참 힘들겠어. 앞으론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두운 과거를 희미한 악몽처럼 지고 간다는 인상을 보여주는 몇몇 대목들에서는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게 된다.
 심리학의 세계를 접하고나서 사람들의 마음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신부님에게 공감한다. 난 비록 심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다니는 대학교가 하도 상담심리학 분야로 유명하다보니 호기심으로 심리학개론을 들었고, 곧 프로이트의 이론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이 어린 시절에 결정지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동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신청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고해성사를 심리상담하듯이 하게 되었다는 신부님의 고백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신부님은 일반 사람들에게 심리학의 이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에세이를 쓰려 결심하신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보면 알듯이, 심리학과 종교와 관련된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하진 않는다. 단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갈 뿐이다. 혹여라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걱정하셨는지, 신부님은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때문에 가르쳐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종교단어마저 괄호를 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연세도 많으시고 심리학엔 꽤 경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분이 쓰신 책은 매우 단순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다. 너무 감명을 받은 나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신부님이 계신다는 성당을 다닐까 생각하며 프로필을 뒤져볼 정도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결국 포기했지만;;)

 성가정을 만드는 방법,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법 등도 쓰여져있다. 본인은 이 신부님의 의견에 대부분 찬성하는 편이다. 행복한 나 자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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