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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이의 우산 ㅣ 도란도란 창작그림책 1
조윤영 글.그림 / 세용출판 / 2010년 12월
평점 :
혼자 살던 악어 둥둥이는 어느 날 자신이 살던 숲의 바닥에 떨어진 예쁜 우산을 좋아하게 된다. 그러다가 둥둥이는 우산을 타고 둥실 떠올라 어느 도시에 떨어지게 된다. 웃지 않는 사람들, 둥둥이에게 관심을 쏟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둥둥이는 다시 혼자가 되어 외로워하지만, 종이배와 종이비행기만 끝없이 접고 있는 소녀를 만난다. 우산을 씌워주는 둥둥이의 호의로 인해 둘은 서로를 인식하게 되지만, 둥둥이는 결국 자신이 살던 숲 속으로 다시 돌아간다. 그림책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나지만, 우산을 볼 때마다 둥둥이는 소녀를 생각하고, 비가 올 때마다 소녀는 우산을 씌워주던 둥둥이를 생각할 것이다. 투실한 볼에 주근깨가 가득한 소녀의 미소는 순박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교육적이기보다는 감정에 짠하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녹아내리는 듯한 무지개색 빗줄기가 인상적이었다.
책과 공부의 세계에만 빠져 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하긴 지금도 인간보단 책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자칭 사회부적응자이지만... 책 읽느라 친구와의 약속시간에 늦고 공부하느라 친구와의 약속을 취소해야 했으니 놀기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내가 상당히 재수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죽이나 뻣뻣하고 수동적이면 머릿속으로 인간 관계를 계산하는 것 같다는 비난섞인 오해의 말을 들었을까. 좀 더 냉철히 말하자면 나란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인간관계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자신의 숲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멍청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어린 시절 나에게도 친구는 있었다. 숲 속에서만 살던 둥둥이도 우산을 계기로 아주 귀엽게 생긴 여자친구를 알게 되듯이 말이다.
어떤 계기로 그 아이를 처음 만났고, 언제부터 사귀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둥둥이가 날아오르는 우산을 잡고서 얼떨떨한 기분으로 하늘을 날듯이, 그 친구와 있는 날들은 나에게 한없이 낯설기만 했다. 단지 이름이 아람이라는 사실, 내 이상한 성격과 심한 투정과 터져나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준 최초의 아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 아이의 집에 놀러갈 때마다 엄마아빠는 항상 집에 없었고, 그 아이가 어느 날인가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치과에 갈 돈이 없어서 이가 검게 썩어가고 있었지만 그 아이의 웃음은 나를 웃음짓게 했었다. 문득 이 그림책을 읽고나서 그 친구 생각이 난다. 내 기억대로라면 결국 집세를 낼 돈이 없어서 집주인이 쫓아낸 것 같다. 그 날 아람이는 내 손을 잡고 문방구에 끌고가서 1000원짜리 '친구반지'를 사서 교환했었다. 물론 그 반지를 10년이 지나도록 지닐리가 없다. 하지만 가끔 반짝거리는 은반지를 보면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까... 다음주 월요일날 어린이집 실습가는 날 이 동화책을 챙겨가려 한다. 그리고 이야기를 읽기 전에 아이들 모두가 손을 잡게 할 것이다. 뛰어놀 공터가 없어지는 추운 세상, 친구와 나누는 무지개같은 나날을 아이들이 두터운 이불처럼 돌돌 여미게 하리라.